한은, 불확실성 커지자 일단 '동결'…다음달 전망 '분분'

2011-05-13 15:04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연속 3.00%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세와 격월 인상 기조에 따라 ‘인상’ 쪽에 무게를 뒀던 시장의 기대가 어긋났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물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금리 인상 요인과 동결 요인 두 가지가 혼재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를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다음 달 혹은 상반기 중 한 차례 정도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원자재 가격 급락·저축은행 부실 사태 맞물려..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 '대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덩달아 가늠키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1월 전년동월대비 4.1%, 2월 4.5%, 3월 4.7%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지난달 4.2%로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격인 생산자물가지수도 지난달 6.8%로 전월(7.3%)보다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앞으로 경기 상승으로 인한 수요 압력 증대, 국제유가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월 결정문에서 금통위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으나 이번 달에 ‘커지고’라는 문구가 빠진 것이다.

이는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락, 유로발 재정 위기 불안 등의 대외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이달 초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일주일 새 15%나 하락하며 100달러 아래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며 금·은 가격도 최근까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 최근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또다시 불거지며 유로존 탈퇴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불안 요인도 확대됐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에 따른 이자부담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도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안순권 연구위원은 “격월 인상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급락세와 저축은행 사태를 들 수 있다”며 “6월말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종료되면 원자재 가격이나 유가 등의 오름세는 많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다음달도 예측 어려워…전망 '분분'

금통위가 대내외 불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격월 인상 기조를 깨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예측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 등 금리 인상 요인과 가계부채, 대외 불확실성 등 동결 요인이 혼재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반된 요인이 함께 가는 상황에서 금리 정책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한편 올 연말까지는 금통위가 최소 3.50%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전히 인플레 우려가 높은 데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도 지속된다면 다음달 인상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 경기가 견조한 가운데 실제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누그러진다면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

안순권 연구위원은 "사실 현 수준인 3.00%는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더 올려야 하지만 이번달은 한은이 조금 신중하게 간 것 같다"며 "6월에 한 번 올리고 하반기에 한 번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외 거시경제적 변수들을 감안해 보면 올해 안에 두 차례 내지 세 차례 정도까지 인상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으나 상반된 요인들 때문에 추측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