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총리, 伊 드라기 ECB 총재 후보 지지

2011-05-12 15:38
안정·성장에 대한 견해 잘 맞아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 후보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63)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독일 신문 '디자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드라기 총재를 알고 있으며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과 견고한 성장에 대해 매우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총리의 공식적인 지지로 드라기 총재의 지위는 더욱 확고해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독일은 강력한 ECB 총재 후보였던 악셀 베버 분데스방크 총재가 ECB 총재직을 고사한 후 후보 물색을 포기했다. 때문에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장 클로드 트리셰 현 ECB 총재의 후임을 결정하는 데 독일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져왔다.

WSJ는 이탈리아 정부가 드라기 총재를 ECB 차기 총재 후보로 공식화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들은 다음달까지 자국의 후보를 추천하기로 돼 있지만 그가 이미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의 유력한 경쟁 상대로는 네덜란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가 꼽히지만 ECB 주변에서는 3개국의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드라기 총재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이날 발언은 다음주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이 자리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트리셰 총재의 후임으로 누구를 선호하는지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기 총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세계은행과 골드만삭스 임원을 거치는 등 국제 금융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시장에서는 드라기 총재가 지난달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을 들어 물가와 금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는 자신이 온건적 성향에 기울어져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를 쓸 것"이라며 "그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트리셰 총재와 매우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드라기 총재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는 "차기 ECB 총재가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유로존 위험국가들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물가안정을 통해 ECB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과 재정 문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