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약사… 사업다각화로 ‘파워 업’

2011-05-11 18:09

- 음료는 기본 화장품·부동산·자동차까지 진출
- “국민건강 책임 역할 등한시” 비판 목소리도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제약사가 의약품 개발과 생산, 유통 전문기업이라는 공식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등으로 영업환경이 위축되면서 다른 사업군으로 눈을 돌리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제약사 진출이 활발한 분야는 음료와 화장품 사업 분야다. 이 사업에 진출한 제약사는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밖에 부동산, 자동차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제약사도 등장했다.

◆ 음료시장 강자로 떠오르는 제약사
광동제약은 지난 2001년 ‘비타500’을 출시한 이후 ‘옥수수수염차’, ‘힘찬하루 헛개차’ 등 음료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광동제약의 음료사업 진출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비타500은 비타민 음료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회사는 비타500의 성공에 힘입어 커피, 생수, 두유 시장에도 뛰어 들었다.

광동제약은 전체 매출에서 음료사업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광동제약 매출을 보면 기타 부문을 제외한 약국, 병원, 유통영업 등 3개 부문의 매출 1728억원 중 음료부문 매출이 1294억으로 전체의 74%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현대약품 역시 음료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현대약품은 1989년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 화이바’를 출시하며 음료사업을 시작했다.

미에로 화이바는 지난해에만 매출 178억원을 올리며 회사 전체 매출액 1277억원의 7%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미에로 화이바 성공 이후 ‘뷰티엔·헬씨올리고·뷰티·키즈’ 등 미에로 라인 음료를 속속 출시했다.

또 녹차음료 ‘다스림9’, 차에 탄산을 접목한 ‘티팝 스파클링티’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층을 넓히고 있다.

◆ 피부개선 화장품 시장에서도 두각
화장품 사업도 제약사의 진출이 눈에 띄는 분야다.

동성제약은 1994년 포쉬에화장품을 출범시키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에스메딕과 오마샤리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주요 제품은 여드름성 피부트러블 개선 화장품 ‘에이씨케어’, 태반화장품 ‘오마샤리프 테비안’ 등이다.

꿀벌의 벌침액을 주요성분으로 해 봉독화장품으로 불리는 에이씨케어는 미국과 일본, 중국, 태국 등에 진출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국제약품공업은 지난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조성아 씨와 공동으로 화장품 기초 브랜드 ‘조성아 로우’를 개발·출시했다.

홈쇼핑을 중심으로 판매 중인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만큼 소비자 호응이 좋다.

국제약품은 지난 2008년에는 미국 색조 브랜드 ‘스틸라’의 국내 판매 독점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일양약품은 숙명여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SIS면역학연구센터를 설립, 지난해 민감성 및 여드름성 피부트러블 개선 화장품 ‘SIS 아크클리닉’을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올해 동아제약은 그동안 전개하던 부동산 임대·매매업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근화제약의 경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판매·정비업, 대원제약은 여행 알선업 등에 뛰어 들었다.

업계는 의약품 외의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 제약 영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사의 주요 역할은 의약품 질 향상, 신약 개발 등을 통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일부 제약사가 이런 역할은 등한시 한채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