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성장' 괜찮지만 '물가' 어렵다"
2011-05-07 12:06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윤 장관은 6일(현지시간) 귀국차 노이바이(Noi Bai) 국제공항을 방문, 기자들과 만나 "떠나면서도 미안한 것은 물가를 완전히 안정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현재 제일 어려운 것은 물가, 성장보다는 물가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원유·밀·콩 등 전세계 원자개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는 등 그동안 공급 쪽에 문제가 많았다"며 "국제적 변수만 안정된다면 올 중·하반기에 안정되겠지만 현재시점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장담하거나 낙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물가 목표치를 3%로 잡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급등세를 유지하며 1분기에만 4.3%나 뛰어 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 목표치를 대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윤 장관은 물가에 대해선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으나, 견조한 경제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4월 말에 나온 경제성장률·산업활동 지표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내실있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성장률 목표치를 수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후임으로 온 사람이 필요하면 수정을 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적정한 선에서 꿈과 희망을 줄 필요 있다"고 말해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치인 5%를 유지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확장적 복지정책과 재정건전성 관리 문제에 대해선 "재정 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복지를 골고루 확충하기 위해선 중복·과잉 복지를 줄이고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선진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적정 보유액 논란과 관련해선 “나라마다 기준과 상황이 달라 정답은 없다”면서도 “다만 신흥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적용을 받기 어려워 스스로 외환보유액을 늘릴 수 밖에 없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리법인과 수쿠크 등 윤 장관이 해결하지 못한 이슈들에 대해선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 중의 하나”라며 “한국이 선진국 반열 오르려면 제조업·수출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내수 산업 일으켜야 하며, 구조조정 문제와 연결된 만큼 사회의 공공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지난 재임 중 성과에 대해 “전 국민과 언론의 성원에 힘입어 어떤 나라보다도 신속히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글로벌 사회의 변방인 한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 국격 향상에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장관은 “당장 하루 24시간 푹 자고 맑은 머리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생각해 보겠다”며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게 해 준 인사권자에게 감사하다”고 퇴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나는 올라갈 때는 항상 내려올 때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구를 인용해 본인의 심경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