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시아 지역 경제통합 논의를 위한 가칭 ‘아시아 비전 커뮤니티(Asia Vision Committee)’의 설립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윤 장관은 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역내 통합을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신흥개도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아시아 역내국가 간 무역투자를 확대하고 나아가 역내 경제통합을 가속화해 아시아가 남남협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아세안+3를 중심으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설립, 역내보증투자기구(CGIF) 및 암로(AMRO) 출범 등 금융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실물분야에서의 통합은 부진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역내 공동FTA, 나아가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목표로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아시아 비전 커뮤니티의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ADB가 주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노력을 주문했다.

윤 장관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은 아시아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고 신흥국들의 임금상승과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가격 상승 고착화 우려 등은 구조적인 인플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통화·재정·환율 정책 및 거시건전성 정책 등 잘 짜여진 정책조합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론 에너지 절약형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 등 공동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역내 국가 간 개발격차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최근 유럽연합(EU)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역내 균형성장 없이는 진정한 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며 “한국도 ADB의 책임있는 회원국으로서 앞으로 대폭 증액할 예정인 공적개발원조(ODA)의 상당부분을 아시아 지역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는 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잡힌 성장을 위한 ‘공동 책임과 공동 번영(shared responsibility and shared prosperity)’을 요구받고 있다”며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더나은 아시아’를 구상하고 건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