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종시 방치 안된다

2011-05-05 13:57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세종시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어렵게 태어난 아기와 같다. 잉태된 이후 출생까지 곡절이 수 없이 많았다. 지난 2008년 아버지가 바뀐 이후에는 낙태도 될 뻔했다.

이후 여러 사람의 도움을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 아기가 방치되고 있다. 부모(정부)의 품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야 할 생명이 고통의 나날을 겪고 있다.

최근 세종시의 민간 아파트 용지를 분양 받았던 민간 건설사 7곳이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사업 취소를 통보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세종시의 주거 시설 조성 일정이 차질을 빚게 생겼다는 점이다. 세종시에 계획된 주택은 민간 1만2000여 가구, 공공 7000여 가구로 총 2만 가구다. 이중 약 35%에 이르는 7100가구의 민간 아파트 공사가 기약없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금쯤 공사를 시작해야 오는 2013년 서울의 행정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주할 때 들어갈 살 집이 완공되는데, 향후 이사 가고 싶어도 아파트가 없어 이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생긴 것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세종시 이전대상기관 공무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는 2013년 세종시로 옮겨가겠다는 공무원은 36.6%로 가장 많았다.

충청권에서는 민간 간설사들이 세종시 아파트 건설 사업을 포기한 것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와 연관시켜 반발하고 있다. 건설사의 아파트 사업 포기 시점이 과학벨트 입지평가위원회가 10개 후보지에서 세종시를 제외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종시 과학벨트 탈락설'이 건설사의 사업 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세종시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조그만 아기지만 미래를 짊어질 일꾼으로 자라나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잘 크도록 도와 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을 위한 과정에 조금의 소홀함이 있으면 안된다. 오히려 더욱 많은 관심을 쏟아야한다. 철저한 준비로 후세에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