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2년새 50% 급등…브라질 산업쇠퇴 우려 고조

2011-05-05 17:54
지멘스, 브라질 헤알화 강세 경고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헤알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 경쟁력 약화로 브라질의 산업이 쇠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현지 생산을 통해 브라질 전자제품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독일 전기전자업체 지멘스도 헤알화 강세가 브라질 산업계를 황폐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9~2011 헤알화 대비 달러 가치
       [단위: 달러/ 출처:WSJ=톰슨로이터]
아딜슨 안토니오 프리모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헤알화 강세가 지멘스가 브라질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브라질에서 생산한 제품의 12%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4년 전보다 8%포인트 가량 줄어든 것이다.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것도 헤알화 강세 탓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2009년 이후 50% 가까이 급등했다. 헤알화 가치가 오른 만큼 브라질 기업들이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은 오르고, 수입품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요 며칠 헤알·달러 환율은 1.60 헤알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조만간 1.50 헤알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프리모는 "브라질 금융당국은 헤알화 강세에 대해 보다 광범위하고 혹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헤알·달러 환율이 1.50 헤알까지 추락하면 수출업체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보호무역을 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타국 업체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브라질은 산업쇠퇴 현상을 겪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최근 헤알화의 급등세로 브라질 수출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브라질에는 아시아산 저가 수입품이 흘러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에 진출한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벤자민 뱁티스타 필호 CEO는 지난해 중국 철강업체들의 점유율이 5%에서 20%로 높아진 데 대해 "지난해는 거의 재앙 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프리모는 특히 자본통제를 통해 투기자금 유입을 막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가 주문한 조치는 1990년 칠레에서도 취한 바 있는 데 중앙은행에 외국인들이 투자한 자금을 일정 기간 동안 묶어 두거나 자금을 조기할 경우 벌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FT는 브라질 정부가 지난해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때 물리는 금융거래세(IOF)의 수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핫머니 유입을 견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IOF를 4%에서 6%로 높인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해외에서 차입하는 달러화도 IOF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지난달에는 IOF 과세 대상 차입 외환을 만기 1년 이하에서 2년 이하로 확대했다.

FT는 브라질 정부가 직접적인 자본을 통제하기보다 이처럼 거시건전성을 도모하려는 것은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