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 "삶은 행복하지 않아요"
2011-05-04 19:37
(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지난 3∼4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64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비교' 설문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65.98점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OECD가 각각 2006년과 2003년에 실시한 같은 내용의 연구조사와 비교할 경우 OECD 23개국 중 최하 점수다. 이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113.6점)에 비해 47.6점 낮고, OECD 평균(100점)에선 34점이나 모자란다.
한국은 청소년 행복지수 2009년 64.3점, 지난해 65.1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OECD 국가 가운데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주관적 건강’과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주변 상황 적응’ ‘ 외로움’ 등 6가지 영역에 대한 응답률을 수치화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교육 성취도와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항목에서는 중상위권 이상을 기록했지만 행복지수는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 청소년들의 행복도는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서도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11월 두 달간 한국 청소년 2200여명과 중국, 일본 청소년 각각 1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 가치관 국제비교 조사’ 결과 '지금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중국(92.3%), 일본(75.7%), 한국(71.2%)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의 경우 ‘매우 행복하다’는 응답은 20.8%로 중국의 60.2%보다 크게 낮았으며 일본(27.6%)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나는 분명한 인생목표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이 88.9%, 한국 68.3%, 일본 54.9%의 순이었다.
또한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인 이른바 ‘왕따’ 문제가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한국이 가장 많았다.
한국은 10명 중 6명(62.2%)이 ‘왕따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일본(56.7%)과 중국(36%)은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왕따 현상에 대한 우려는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더 부정적으로 답해 더 어린 학생들부터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행복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돈’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물질 만능주의' 팽배에 대한 우려감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