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금감원에 부는 변화의 바람

2011-05-04 14:35

(아주경제 이재호 방영덕 기자) 변화를 모르는 철옹성이었던 금융감독원에 쇄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저축은행 부실 사태, 금융기관 전산망 붕괴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금감원의 감독 역량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 내부 인사까지 금융 관련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직의 존망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금감원은 임직원의 금융회사 취업을 금지하고, 재산공개를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 방안을 내놨다.

◆ 금융 검찰에서 비리 온상으로 전락

지난 1999년 분산돼 있던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 설립된 금감원은 10여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감독과 검사, 제재 권한까지 가진 금감원의 지시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성 확보를 이유로 다른 정부 부처 및 기관의 개입까지 차단하면서 사실상 금융권 내 유일한 권력으로 존재해 왔다.

이는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 성향으로 변질됐고, 금융권과의 유착으로 이어졌다.

결국 개혁은 외부 압력에 의해 이뤄지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금융감독기관에 나쁜 관행과 비리가 있다”며 “10~20년보다 훨씬 전부터 이런 관습은 눈에 보이지 않게 있었고 그것이 쌓여서 오늘 이러한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를 못 찾은 것인지, 안 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곳곳에 이런 비리와 문제가 잠복해 있으며 조직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안들에 대해 금융당국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불법대출과 분식회계 등으로 사회를 떠들썩 하게 만든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및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금감원의 방관 속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권의 범죄 사실을 몰랐다면 스스로 무능함을 나타낸 것이고, 봐준 것이라면 금융 감찰 기능을 망각한 셈이다.

금감원 임직원이 금융회사 감사 등으로 취업하는 ‘낙하산’ 관행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전날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금융당국과 은행 간 전관예우 관행이 (이번 사태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금융당국 퇴직자의 금융회사 재취업 관행에 너무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금감원은 낙하산 논란이 일 때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투명 경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완해주는 등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감사로 취업한 저축은행들이 부실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문성 활용보다 자신의 보신을 위한 수단으로 금융회사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격을 엄격히 심사해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감독기관인 금감원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감사 추천을 요청했다”며 “금감원이 퇴직 예정 직원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감사가 선임되다 보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 내부 개혁 선언한 금감원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자 금감원은 서둘러 내부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비리 발생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직원 대상 청렴도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청렴도가 낮은 직원은 공시나 조사 등 비리 발생 위험부서 근무에서 배제된다.

또 검사와 조사, 감리 업무수행 내용을 전산으로 기록하고 직원들의 재량권도 축소해 복수 심사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감사추천제를 폐지해 금감원 직원의 금융회사 재취업을 금지하고, 재산등록 대상도 현행 2급에서 4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금감원 직원의 77%가 재산등록 의무를 갖게 된다.

그러나 개혁 수준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감독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독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구태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이 독점해온 금융회사 감독 및 검사 권한을 한국은행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또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권을 강화해 금감원과 예보가 교차 검사를 실시하고,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은 예보가 단독 조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