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사고 20여일...'의혹’과 ‘실망’

2011-05-03 17:11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검찰이 농협 전산장애 사고가 발생한 지 20여 일만인 3일 범인으로 '북한’을 지목했다.

검찰은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7·7 디도스 및 올해 3·4 디도스 공격의 명령어와 조합이 비슷하다는 것, 또한 좀비 PC를 만든 수법 등이 비슷했다는 것을 꼽았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발표한 수사 결과와 그동안 농협의 사고 처리 과정에서 '의혹'과 '실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검찰이 추정한 중국발 IP에 대한 정확한 발원지는 아직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명령어 조합과 관련한 근거도 정황상 포착된 것 중 하나로 명확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사실상 검찰 수사에 의문점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농협 내부에서 발생한 외부 해킹이라 농협 측 직원과의 연루 가능성도 의심됐으나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북한 소행으로만 잠정 결론을 지은 것도 다소 미심쩍은 상황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농협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농협은 사고 발생 당일부터 거래내역 유실을 숨기고 복구 일시를 자꾸 연장하는 등 미덥지 못한 행동으로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사고 발생 직후 농협은 일시적 장애일 뿐 다음날 복구된다고 해명했으나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된 시점은 20일째인 1일 밤 12시부터였다.

또한 카드결제 거래내역 일부가 유실된 사실을 은폐하다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이를 인정하며 ‘되찾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 의구심을 키웠다.

카드 결제일을 한 달 연기하면서까지 복구가 미뤄지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덩달아 커졌으나 농협에서는 수수료 면제, 하나로마트 사은행사 등 별개 행사로 이를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도 유실된 일부 거래내역은 아직까지 정합성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측 관계자는 “이미 원장을 모두 찾았으며 정합성 비교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전산망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은 지난달 29일 18시 기준으로 1990만8000원, 모두 98.3%가 보상됐다. 농협 측에 따르면 현재 1385건 중 24건이 아직 ‘보상처리’ 중에 있다.

이번 사태로 농협의 리더십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사고 발생 3일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최 회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이재관 전무이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농협 관계자는 “전무이사(구 직함 부회장)가 IT 부서 등의 인사권을 갖고 있으며 교육지원 업무 및 농협·축산경제·신용(금융) 부문의 업무 조정도 함께 책임을 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최고경영자(CEO)"라고 설명했다.

현재 농협은 인선위원회를 열어 새 전무이사 선출을 논의 중이며 아직까지 물망에 오른 후보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전무이사는 5월 둘째 주에 선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