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에서 3000억달러까지

2011-05-03 15:34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 3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았던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이 13년4개월만에 79배나 증가한 것이다. 또한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를 돌파한지 6년만의 일이다.

4월 말 외환보유액이 85억8000만 달러 증가하며 3072억 달러를 기록하게 된 것은 달러가치 하락에 힘입어 유로화,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측은 “3000억달러를 넘었다고 해서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3000억 달러라는 외환보유액 규모에 따라 운용 원칙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은은 ‘2010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외화자산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익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을 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활 수 있는 기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관리를 위해 기존 외자국을 외자운용원으로 격상했다. 오는 하반기에는 외자운용원장과 실무자들을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면 우선 외환운영의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이 같은 외환 확보는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능력 보증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을 기초로 한 외환보유액 확보는 필연적으로 수익성 약화를 가져 오기 때문에 과도한 외환 보유액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해 원화가 대거 시장에 풀리게 된다. 정부가 이를 흡수하려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통안증권의 이자 지급액은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이자 수입액보다 많기 때문에 외환보유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 경영연구소의 장보형 연구원은 “3000억 달러로 외환 보유액이 증가했다고 해서 외환위기에 면역력을 갖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급격한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결국 ‘원화절상’압력에 대한 방어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정상적인 금융구조의 왜곡현상으로도 볼 수 있으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장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금융시장 안전망 구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늘어난 외환보유액에 대한 투자다변화를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약화되는 추세에서 미 국채의 비중을 줄이고 금 또는 유로화, 신흥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