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빈 라덴 은신처 어떻게 찾아냈나?
2011-05-03 07:42
(아주경제 이가영 기자) 이름도 파악되지 않은 밀사(密使) 1명이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를 찾아내는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빈 라덴이 테러조직의 대명사인 알-카에다의 지도자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친 것은 2001년 9.11테러를 감행하면서부터지만 미국이 빈 라덴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9.11테러 이전부터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빈 라덴의 사망 사실 발표된 후 빈 라덴의 행방을 추적해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2일 MSNBC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빈 라덴이 애초 테러공격을 감행할 위험성이 높은 인물로 인식됐을 당시부터 그의 주변 인물에 관한 정보수집에 나섰다. 이 가운데는 빈 라덴이 각별히 신임하는 개인 밀사 1명이 포함돼 있었다.
9.11 테러 발생 후 미 당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9.11테러 용의자들로부터 이 밀사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
이때가지만 해도 이 밀사에 관해서는 그의 가명과 별명 정도였다. 그러나 그가 빈 라덴의 신임을 받는 몇 안되는 밀사 중 1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2007년 마침내 미국은 이 밀사의 본명을 파악하는데 성공했고, 2009년 이 밀사와 그의 동생이 활동하는 파키스탄 내 특정지역을 확인했다.
2010년 8월 이 밀사가 거주하는 곳이 아보타바드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아보타바드는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이나 동굴이 아닌,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몇십 km 떨어진 부유한 교외지역이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 밀사가 거주하고 있는 건물을 본 순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타 주택들과 비교해 8배나 넓고 삼엄한 경계시설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엄중한 경비와, 도로에 면한 건물측면에는 창문도 없었다. 외부와는 전화선과 인터넷 라인도 연결돼 있지 않았다.
미 정보당국은 100만 달러 넘는 돈을 들여 지어진 이처럼 이상한 주택은 특별히 중요한 인물이 은신하기 위한 곳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 당국은 빈 라덴의 밀사가 그의 동생과 함께 제3의 가족이 이 집에 기거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런 정보들을 확인시켜주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이 주택의 독특한 디자인과 경계시설, 밀사의 백그라운드 등을 분석했을 때 이곳이 빈 라덴의 은신처라는 가정에 들어맞았다.
올해 2월 중순 이 곳에 빈 라덴이 숨어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며, 3월 중순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재하에 5차례에 걸친 국가안보회의에서 빈 라덴 제거작전이 논의됐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지난 28일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한편에서는 빈 라덴 제거작전명령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