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없는 여신 금융사만 옭죄나
2011-05-02 08:47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캐피탈업계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이 '캐피탈 고금리' 발언 이후 가계대출 평균금리를 연 4%포인트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비중과 연체율 규제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시장을 잠식해오는 상황에서 캐피탈업계만 지나친 규제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1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캐피탈업계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40%가 넘는 2곳과 연체율이 8%에 달한 3곳에 대해 분기별 경영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40개 캐피탈업계에 대해서도 내부 점검을 통해 지나친 영업경쟁을 유발하는 요인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급작스러운 조치에 캐피탈업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여전사 본업무와 관련해 명백한 대출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또 규제한다는 것이 지나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캐피탈업체는 리스와 할부 실적이 전체 자산의 50%를 웃돌아야 한다.
캐피탈업체 관계자는 "소위 50%룰이 있는데 가계대출 비중만 따로 규제한다는 건 결국 이중규제만을 낳을 뿐"이라며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는 말 그대로 대출을 해주는 회사인데 업무영역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계 캐피털업체 관계자도 "은행계에서 가계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시중은행 연계 차원에서 하는 것일 뿐"이라며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상품 판매에 주력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수신 없는 여전사만 옥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업계에 불만이 가득하다.
여기에 연체율에 따라 제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캐피탈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캐피탈사의 거래고객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연체율이 다소 높을 수 있기 때문.
한 캐피탈업체 관계자는 "전체 자산 비중에서 가계대출이 극히 작음에도 불구하고 이용고객이 저신용자이다보니 연체율이 높게 나올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을 고려치 않고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이 은행, 보험, 증권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캐피탈업계의 영업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은행업계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시설자금대출과 오토론 등을 판매하는가 하면 대부업계에서는 소매금융을 확대해 점차 캐피탈업계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제한으로 새로운 상품 개발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며 "악화되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지나친 규제보다는 업무 영역을 넓혀주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