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안갯속으로
2011-04-26 17:56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다음 달로 연기될 것으로 예상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 외환은행 매각 표류 조짐
금융위는 당초 27일 개최되는 정례회의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실무자들이 검토한 내용을 못 봤다”며 “아직 금융위와 협의가 안 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금융위 정례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수 없다.
금감원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데 대해 10개 법무법인에 법리검토를 의뢰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간에도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의 적법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금융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론스타의 계약 파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가 5월 24일까지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양측 모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론스타는 배당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회수한 데다 계약을 깨도 하나금융이 지급한 계약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또 현대건설 매각 차익 중 40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반면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지 8년이 흘러 투자금 회수가 절실한 데다 꺾이지 않는 비난 여론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08년에는 HSBC와 지분 매각 계약을 맺은 후 협상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자 계약을 연장했던 사례도 있는 만큼 이번에도 하나금융과의 조율을 통해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은 인수 무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인수가 불발로 끝날 경우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실시했던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떠날 수 있어 하나금융의 대외 평판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 인수 성공해도 비판 거셀 듯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지연보상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하나금융은 계약이 4월을 넘길 경우 매월 329억원의 지연보상금을 론스타에 줘야 한다. 금융당국 승인이 이달을 넘겨 5월 중 나더라도 658억원 규모의 보상금 지급이 불가피하다.
시일이 더 길어지면 보상금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벌써부터 국부 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는 귀책 사유가 론스타에 있는 만큼 순순히 보상금을 지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외환은행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어려운 과제다.
인수 일정이 늦어지면서 외환은행의 영업력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수금과 여신 잔액은 감소세가 완연하다.
실제로 금감원은 최근 외환은행 측에 금융사고 발생을 예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