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고객 뺑뺑이 '분통'…오픈마켓 책임 누가?
2011-04-24 15:19
반품·환불 전화만 수십통…현행법 이용해 이익만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 기자는 4월10일 일요일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온장고를 주문했다. 이틀후 물품이 도착했다. 이 가운데 지인으로부터 온장고를 선물받았다. 이같은 이유에 반품하려고 15일부터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할 수 없었다. 11번가에 기재된 판매자 정보는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이 종료됐다.’ ‘담당자와 통화해라.’ ‘포장지를 뜯어서 반품이 어렵다.’ ‘주말에는 쉬니까 다음주에 전화해라.’등.
이는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에서 거래해본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본 답일 것이다.
반품시도한지 10여일만인 23일, 기자는 답답한 마음에 ‘11번가’ 고객센터 박 모 상담원과 통화했다.
박 모 상담원은 “판매업자와 통화했다. 다음주 월요일 담당직원과 직접 통화해서 반품할 수 있는 지 물어보라”며 “우리 11번가는 판매업자와 상관없다. 우리가 반품해 줄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반품은 불가했다. 사유는 '반품 주소지는 담당자와 통화 이후 알수가 있다'는 11번가의 판매 정책과 '박스를 뜯는 순간 반품이 안된다는 것' 등이다.
그 상담원은 “현행법상 통신판매 중개사인 ‘11번가’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사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 힘을 더 보탰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온장고는 전자기기임에도 불구하고 포장상태가 열악했다. 사진처럼 충격을 완화시키는 스티로폼이나 에어캡 없이 종이박스만 포장돼있는 상태였다. 혹시나 물품배달 도중 충격이 가해지면 고장날 게 뻔했다. 이같은 이유로 소비자가 반품요청을 한다면 '11번가'는 "박스를 개봉했으므로 반품은 불가하다"고 답할 게 분명하다.
10일이 넘도록 반품하지 못한 기자의 마음은 너무도 답답했다. 일반소비자가 이같은 상황이라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할까.
‘11번가’ 측은 ‘판매자 공인인증제도’를 통해 오픈마켓 판매자와 소비자 간 발생하는 각종 피해사례들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11번가와 판매자 간 이득만을 위한 제도인가? 다시는 이런일이 없으면 하는 마음에 ‘11번가’에 읊조려본다.
“오픈마켓을 활용하는 소비자는 조롱대상도 ‘봉’도 아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만하는 우리는 하루빨리 악덕판매행위 근절대책이 나오길 바란다.”
한편, 지난해 25조원 규모이던 전자상거래 시장이 올해 29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직거래 사기나 위조품 판매 등의 사기 피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픈마켓`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일명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논의는 또다시 연기됐다. 오픈마켓에서의 악덕판매행위(블랙셀러) 근절 대책은 여전히 없는 상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통신판매중개자(오픈마켓 사업자)가 인터넷상에 물건을 올려 판매하는 업체(통신판매중개 의뢰자)와 연대해 배상하도록 한 것이 골자이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팀장은 “18~19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안건에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제외돼 또다시 논의가 미뤄졌다”며 “두 달 뒤인 6월 법안심사 소위 때 논의될 수 있겠지만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