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최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이 제약업계의 고질병인 ‘리베이트’ 관행에 강력한 메스를 들이대고 있지만 리베이트 관행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제약사들은 과거와 달리 보다 지능화된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종 수법’까지 고안해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해 2월 국내 유명 제약사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해 분석한 탈루 유형을 보면 A업체는 판매촉진비와 복리후생비 등 일반 판매관리비 계정으로 분식처리해 손실금을 계상함으로써 접대비 사용을 부인하는 수법으로 관련 세액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B업체는 의약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C약품에 지급한 판매장려금 7억원을 매출액에서 차감한 금액으로, 매출세금계산서를 교부해 매출을 누락하는 한편 외국 본사에 임상시험 연구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56억원을 소득 신고에서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세청은 국내 유명 제약사들이 자사제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병·의원에 지출한 리베이트 1030억원을 적발해 리베이트 관련 세금으로만 무려 462억원을 추징하는 한편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한 8명에 대해서는 검찰고발 등 엄정 조치했다.

이처럼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한 거액의 세금 추징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약사들은 금품이나 향응 제공과 약값 수금시 할인 등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약계를 동시에 처벌하는 제도) 실시 이후에도 리베이트 관련 제보는 100건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벌어지는 검은 뒷거래는 ▲요양기관에 현금과 상품권 등의 형태를 금품을 제공한 경우 ▲의사에게 전자제품과 공연티켓 등을 제공한 경우 ▲금품과 접대, 선물제공과 함께 수금액을 할인해 준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지난 2007년과 2009년 공정위에 적발돼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17개 업체들은 최근 공정위가 선정한 30대 사건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동아제약, 대웅제약 등 17개 업체는 의료기관과 소속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무려 40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를 계기로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가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로 전환되고,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나 약사까지 처벌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정이 개정되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리베이트 및 지식재산권 남용 등과 관련해 한미약품과 진양제약 등을 방문해 현장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초에는 영진약품과 태평양제약, 신풍제약, 삼아제약 등을 대상으로 부당고객유인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여부에 대한 3차 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