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SDI사장, 전기자동차 시장 키우려면…4대 선결과제 있다

2011-04-20 13:02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전지 가격이 싸야하고,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 가야하고, 1회 충전시간은 5분 이내이면서 어디서든 쉽게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20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삼성 사장단에게 전기자동차의 시장 확대를 위한 4대 선결과제를 이렇게 밝혔다.

이날 박 사장은 ‘전지산업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사장은 발표를 시작하면서 “인류가 전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일까”라는 퀴즈를 냈다.

답은 무려 2000년 전. 강의를 들은 삼성 사장들 중 맞춘 사람이 없었다. 고대 바로티아 유적에서 점토로 만들어진 전지 항아리가 1937년 이라크에서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전기 자동차의 역사도 길다. 전기 자동차는 1832년 개발됐는데, 이는 가솔린 자동차(1887년 개발) 보다 빠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가격경쟁력에서 가솔린 자동차에 밀리면서 상용화가 되지 못했다. 가솔린이 20세기 들어 미국의 유전개발 등으로 값싸게 공급될 수 있었지만, 전지는 그렇지 못했던 것.

박 사장이 전기자동차의 4대 선결과제를 밝히면서 전지 가격을 첫 순위로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전기자동차 시장이 가파르게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전기자동차가 2015년에는 전체 승용차 판매의 7%, 2020년에는 1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예상은 전지사업의 빠른 발전 덕에 가능했다.

실제로 LIB(리튬 이온 밧데리) 시장규모는 지난해 110억 달러에서 2015년 320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소형전지는 연평균 9% 성장하고 있고, 중대형전지는 2015년 전체시장의 50% 차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SDI의 경우 소형전지는 1990년에 R&D를 시작으로 지난해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또 중형전지는 2001년에 R&D 시작해 2008년 SB리모티브를 출범시켜 지난해부터 양산에 들어간 상태이고, 대형전지는 2009년 R&D를 시작해 전방위적으로 전지사업을 키우고 있다.

물론 전지시장의 빠른 성장은 참여기업도 늘게 만들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시장이 커지고 있으므로, 커지는 시장을 누가 선점 하느냐는 경쟁 구도”라면서 공급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삼성은 전기자동차 진출 관련설에 대해 “자동차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와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사이에 과거에는 수직계열화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