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현장가다]경기 성남 분당을, '조직' vs '인물'.. 조용히 시민속으로

2011-04-19 10:43

(아주경제 송정훈·김현철 기자) “당선된 후보가 어떤 일을 했으면 좋을까요?” (기자)
 “서민들이 잘살 수 있게 해줘야죠.”(아파트 주민 A씨)
 “(A씨를 가리키며) 아줌마는 부자잖아.” (생선가게 주인 B씨)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경기 성남 분당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산층’ 지역이다. 특히 고급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선 정자동은 서울 강남을 능가하는 ‘중상층’ 동네다.
 
 지난 16일 학원가가 밀집해 있는 분당 정자동 일대엔 뜨거운 선거 유세는 없었다. 여야 모두 ‘조용한 선거’였다. “시끄럽고 스타들을 끌어들여 요란스런 유세전이 통하지 않는 게 분당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쾌적한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 시민들에게 확성기를 대고 공약을 설파하는 건 소음일 뿐”이란 게 여야 캠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강재섭, ‘노인공경, 봉사활동’… 15년 분당 토박이
 
 파란색 점퍼를 입은 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정자동 한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했다. 그는 “한솔마을 아파트 전체 세대의 64%가 노인과 장애인 세대”라며 “첫 입주 당시와 비교해 많이 변화하긴 했지만 노인요양원 등 입주세대를 고려한 주변시설이 필요하다”고 시설 개선을 약속했다.
 
 또 그는 “이 복지관에서 계속 봉사활동을 해왔다. 어른들은 대체로 나를 안다”며 ‘15년 분당사람’임을 자연스레 드러냈다.
 
 강 후보는 낮 12시30분쯤 장안건영아파트 알뜰시장을 방문했다. 상가 주인, 손님들과 악수를 나누고 밝은 표정으로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는 기자들이 따라다니자 “밖으로 나가야겠네. 우리 때문에 장사 방해 되겠네”라며 상가 내 시민들을 배려했다.
 
 지난 14일 유세 첫날처럼 홍준표, 나경원 등 한나라당 ‘스타급’ 의원들이 총출동한 대규모 유세전은 없었다. 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세보다 유권자 한명 한명을 더 만나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웃으며 인사 나누기’… IT 자발적 지지 끌어
 
 연두색 정장 재킷을 입은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이날 오후 3시30분 정자동 인근 탄천공원에서 산책하는 시민들의 손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저 손학규입니다. 반갑습니다”는 인사와 함께 그는 지나가는 시민에게 달려가 “인사 좀 하고 가세요”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철저한 '저인망'식 유세전이다.
 
 자신을 '6·25참전용사'라고 밝힌 C씨(81)는 손 후보에게 "경기지사 때 참전용사들을 무료로 치료받게 해준 걸 잘 알고 있다"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에 대해 손 후보는 "기억한다. 지사의 의지가 강하면 실무자들이 따라가더라"고 전한 뒤 "건강하시죠"라며 안부를 물었다.
 
 손 후보는 오후 6시 구미동에 위치한 한 종합마트 앞으로 이동,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중산층이 튼튼해지는 세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자리엔 A연구소 회원들이 '3스크린'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손 후보의 유세현장을 실시간 전 세계로 생방송하고 있었다. 3스크린은 컨텐츠를 TV-모바일-PC로 동시에 전송하며 기존 SNS 서비스보다도 훨씬 진보된 기술이다. 한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들이 IT규제가 심하고 발전시킬 방안이 없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손 후보의 선거운동을 실시간 TV와 인터넷, 앱으로 생방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캠프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가 좋다. IT종사자 등 전문직들과 30~40대 여성층의 자발적 지지가 높다”고 말했다.
 
 ◇정자동 ‘강 후보 텃밭’.. 중장년층 ‘손 후보 지지’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분당을의 민심은 지역·세대별로 지지 후보가 엇갈리고 있다.
 
 50대 택시기사 강모씨는 “금곡이나 구미동 쪽은 모르겠지만, 정자동은 한나라당 골수지지자가 많다”며 “부자들이 워낙 많아 강 후보 지지세가 강하다”고 했다.
 
 장안건영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주민도 “타임브리지 등 정자동 고급아파트나 수내3동 주택단지에 사는 사람 대다수는 한나라당 지지자”라며 “그러나 분당동 쪽에선 손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50대의 한 상가 주인도 “(분당을이) 한나라당 텃밭이지만 손 후보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40대 초반의 다른 택시기사 서모씨는 “젊은 층과 중장년층은 손 후보를 지지하고 강 후보를 싫어한다”며 “반면 노인층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손 후보 캠프 관계자는 “투표율이 40%가 넘으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마지노선을 37% 정도로 잡고 아줌마 표심을 잡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야권에 유리한 게 아니다. 예상 투표율은 35% 내외에 그칠 것”이라며 “분당을은 조직력 싸움이다. 우리에겐 지지 조직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