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검찰·경찰이 사실상 해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농협의 금융전산망 장애와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전문 해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게 대두되면서다.
　
　검찰은 농협의 금융전산망 장애 사고와 관련해 전문해커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사에 전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김영대 부장검사)는 농협중앙회에 전날 수사관 2명을 보내 최초로 전산장애 유발 명령이 내려지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과 관련 전산자료를 확보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특정세력의 의도적 범죄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분석중이다. 전문 해커의 소해인지 여부도 타진중이다.
　
　검찰은 자료 분석 결과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어제 오후 농협 측에 수사관들을 보내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과 사고 당일 전산망 접속 기록 등 전산자료를 확보했다”며 “농협에서 아직 정식으로 수사의뢰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자료를 분석하며 자체 내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농협 측은 이번 전산장애 발생 원인에 대해 전산망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노트북 PC에서 명령어가 입력돼 운영시스템과 주요 파일이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도 인터폴과 공조하면서 해커 잡기에 나섰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해킹 유출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신모씨(37)가 과거에도 여러 건의 해킹을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2007년 5월 온라인 게임을 해킹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800만원을 받아 가로챈 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신씨는 또 같은 해 10월 포털사이트 다음의 고객정보를 빼낸 뒤 유출하겠다고 협박해 500만원을 받아냈다. 이듬해 3월에는 하나로텔레콤과 LG파워콤 등 주요통신업체에서 개인정보를 빼냈다.
　
　신씨는 3개월 후에도 한 유통업체에서 고객정보 100만건을 해킹한 뒤 유출하겠다고 협박해 업체로부터 7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신씨를 검거하기 위해 현지 경찰과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