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기름값 100원 인하 1주일 ‘좌충우돌’

2011-04-14 17:11
기름값 인하방식 ‘졸속’ 지적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기름값 100원 인하가 석유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가격을 내린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네탓 공방’만 심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의 가격할인 이후 주유소 판매가격은 178일만에 하락 반전했지만 인하 폭은 100원에 훨씬 못 미쳤다. 가장 많이 내린 것이 지난 11일 리터당 27원(휘발유)이었다. 12일에는 다시 상승하기도 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11일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한 두바이유 국제유가가 근본적 원인이다. 또한 시장 점유율 35%에 달하는 SK주유소는 제휴카드 이면할인을 적용해 할인효과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아울러 주유소가 가격할인 이전에 사뒀던 재고도 아직 다 소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가 가격을 안 내린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공급가격 할인방식이다. 유통단계에서 가격인하 효과가 흡수될 것이란 의혹을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유사 직영주유소는 재고를 무시하고 가격인하 첫날부터 가격을 내려 이 같은 의혹의 시선이 자영주유소에 집중됐다.

14일 서울 시내 SK주유소의 가격표시판. 할인 내용을 알리기 위해 '-100원'이라고 표기했다.
이는 다시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한 자영 주유소 관계자는 “가격을 곧바로 내린 직영 주유소에만 손님이 몰리고 자영 주유소는 수익이 엉망이다”며 “이에 따라 자영 주유소는 기존에 구매한 값비싼 재고를 소진하는 데 더욱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급가격 할인방식은 ‘졸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할인 방식을 택한 SK주유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계열 주유소와 가격표시판의 가격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고객이 이탈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이 때문에 SK주유소의 항의를 받은 SK에너지는 가격표시판에 ‘-100원’을 표기토록 하는 등 임시방편을 적용했다.

기존에 할인방식이 막막했던 외상거래처는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제시하면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할인방식이 복잡해 외상거래처를 관리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SK주유소 관계자는 “손님들이 ‘다른 정유사 주유소와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고 항의할 때마다 도둑이 된 기분”이라며 “직원도 부족한데 포인트 할인을 일일이 설명해 주는 것도 벅찬 일”이라고 토로했다.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올렸다?

한쪽에서는 정유사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겉으로는 가격을 내린다고 잔뜩 생색을 내놓고 뒤로는 공급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사는 매일 공급가격(기준가)을 제시하는데, 주유소가 현금으로 구매할 때는 추가할인을 적용해준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현금으로 기름을 구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모 광역시 소재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가 현금사입시 기존에는 기준가에서 통상 리터당 40~60원을 할인해줬는데 지난주에는 10원밖에 할인해주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 정유사는 30~50원의 적자를 보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