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금융당국… 행정소송 줄패소에 '당혹'

2011-04-14 11:38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법원이 금융당국의 징계 결정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당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압적인 자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법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유강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등 3명이 징계요구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말 국민은행 사전검사 과정에서 작성된 수검일보를 노조가 민주당 홍영표 의원 측에 제공했다고 보고 ‘정상적인 검사 업무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검일보가 금융당국이 아닌 국민은행의 내부 문서이고, 수검일보 내용 공개가 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이유로 금감원의 징계요구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4~2007년 1조원대의 투자 손실을 냈다고 판단하고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법원은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퇴직 임원을 제재하는 규정이 없었다”며 “퇴임 이후에 만들어진 규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금융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시장 질서 유지 및 공정한 감독을 위해 필요한 제재를 내렸을 뿐”이라며 “제재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위법한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우월적 지위가 상당 부분 희석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그 동안 당국이 징계를 하면 그냥 받아들이는 게 관행이었는데 최근 들어 이같은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송을 통해 권리를 보장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도 금융회사 및 경영진에 대한 감독과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