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들의 끊이지 않는 ‘BW 논란’
2011-04-11 16:51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편법’ 의혹이 불거지면서 BW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BW는 과거에도 재벌 2~3세들이 최대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다. 사진 왼쪽부터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편법’ 의혹이 불거지면서 BW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BW는 과거에도 재벌 2~3세들이 최대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다.
1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담철곤 회장이 2000년 6월 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가 발행한 BW를 사들여 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행사가격을 낮게 책정, 이득을 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온미디어는 2000년 6월 7년 만기로 14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으며 1년 뒤 신주인수권을 제외한 사채는 전액 상환이 이뤄졌다. 당시 발행된 신주인수권은 온미디어 주식 56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 담 회장은 이 가운데 58.9%인 33만주 가량의 신주인수권을 총 2억원(주당 600원)에 사들였다.
이처럼 BW는 기업들의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다. 특히 사채와 달리 BW는 시장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매수 주체자를 파악할 수 없다. 때문에 BW를 대주주 등 회사의 특수 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재벌 2세들이 과거에도 BW를 악용한 사례는 많았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08년 6월 “BW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재현 회장은 앞서 1999년에도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BW를 팔아 177억원의 양도 차익을 얻었지만, 세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BW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효성그룹은 2003년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조석래 회장의 아들인 조현준 부사장, 조현문 전무, 조현상 상무 등이 보유중인 BW의 신주인수권을 전량 포기한다고 밝혔다.
효성은 1999년과 2000년 600만 달러 규모의 BW를 발행하면서 행사가격을 시세보다 낮출 수 있는 ‘리픽싱(Refixing)’ 옵션을 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해외 공모발행이라는 공시와는 달리 실제 신주인수권은 발행물량의 58%를 조 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외발행을 통한지분매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두산 박용곤 명예회장의 아들인 당시 박정원 ㈜두산 사장(현 두산건설 회장)도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사가 임박하면서 BW 인수를 포기했다.
한국회계학회 관계자는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BW발행을 통해 지분율 유지나 차익에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담철곤 회장 등 재벌 2세들이 특혜와 불공정 시비에 휘말린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