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한달> 더딘 피해 복구…대재앙 참상 그대로

2011-04-10 13:04
복구대책 논의만…복구작업 지지부진

(아주경제 이가영 기자)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피해지역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복구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미약하게 나마 진행돼온 작업도 지난 7일 밤 규모 7.4의 강진이 미야기(宮城)현을 또다시 강타하면서 속도가 늦춰지고 있는 분위기다.

리더십 부재 속에 공전하고 있는 정치권도 복구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11일 오후 2시46분께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과 이에 따른 지진해일(쓰나미)가 덮친 도호쿠(東北)지역은 침수와 건물 붕괴, 화재로 초토화됐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10일 현재 사망자 수는 12개현에 걸쳐 1만2985명에 이른다. 실종자는 6개현에서 모두 1만4809명으로 아직 시신이 수습되지 않거나 실종 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해 인명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실종자 수가 5만~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현재 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현 등지의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만 15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지진으로 도로와 교량 등 기반시설은 1600여개소가 파손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기반시설 피해 규모가 지난달 말 기준 약 1조5600만 엔 정도인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정부는 물질적 피해 규모가 최소 1900억 달러, 최대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는데 이는 1995년 한신(고베) 대지진 피해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피해 추산액에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한 피해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만큼 한 달 전 강진과 쓰나미의 충격이 집중됐던 미야기현에서는 아직 피해 복구 작업이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서는 미약하게나마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해안에 인접한 마을은 여전히 한 달 전의 처참한 상태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7일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인근의 오나가와(女川) 원전의 냉각 기능이 잠시 상실되고 일부 누수현상이 빚어져 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간선도로는 대부분 복구됐으나 끊긴 교량과 철도,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는 복구되지않고 있고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긴 곳이 많아 주민들의 불편이 여전하다.

다만 시내 중심가에서는 지진과 쓰나미로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는가 하면 주민들도 빗자루 물 양동이, 수도 호스 등을 동원해 재앙의 흔적을 지워나가고 있다.

피해 주민들이 몸을 맡겼던 고지대의 일부 학교에서는 이재민들이 속속 삶의 터전으로 복귀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수업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임시 주택 공급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고 있어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이재민들은 한동안 피난소 신세를 져야 할 처지다.

일본 정부는 총 16조~25조 엔의 피해 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소비세 등을 신설하고 재해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은 이 내용을 뼈대로 하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부흥대책기본법안'을 만들어 복구부흥검토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복구·부흥대책기본법안은 향후 5년을 집중 복구 기간으로 설정하고 수몰된 토지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거주할 수 없게 된 지역의 토지를 정부가 사들이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자민당도 피해지역 주민들이 삶을 재개하려면 고용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 일정 비율에 따라 지진 피해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피해자의 생활지원을 위한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직 마련된 게 없다. 일본 정부는 피해복구를 위한 1차 추가경정예산의 규모를 약 4조 엔으로 잡았지만 구체안이 마련되지 않아 국회 상정도 안 된 상태다.

피해 복구 비용을 대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를 어떻게 소화하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한창이다. 국회는 일본은행(BOJ)이 이를 직접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BOJ는 직접적인 국채 매입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워낙 큰 데다 리더십의 부재 속에 일본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어 일본이 피해를 추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