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은 정부, 유류세 인하 현실화되나
2011-04-05 16:00
-여·야 한 목소리로 강조…'비상경제시국'<br/>-2008년 당시 국제유가 급등 현상은 지금과는 달라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유류세 인하'를 강도높게 요구하면서 정부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정유업체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자발적으로 휘발유 및 경유 가격 인하를 결정했지만 유류 가격의 50%를 차지하는 세금 인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와 한배를 타고 있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민물가안정을 위한 구체적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검토를 적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 대표는“지금 우리 서민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견줄만큼 위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비상경제시국”이라고 규정한 뒤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 급등세부터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거듭 촉구하면서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 왔다.
유가는 물가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실기할 경우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기대인플레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2008년 10% 유류세를 내린 바 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물가안정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전례가 있다.
1월 국제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92달러, 2월에는 99달러, 3월은 108달러에 달했고, 4월이 되자 111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연동돼 움직이고 있는 국내 휘발유 ℓ당 평균 주유소 가격은 1월 1825원에서 2월 1850원, 3월 1939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 들어 주유소 판매가격은 1967원까지 뛰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2000원을 넘어선 곳도 적지 않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에너지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30%의 탄력세율(주행세)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 관계자는 "정부의 경우에도 정유업계의 고통분담 노력에 동참해 주기를 촉구한다"며 "휘발유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의 인하는 소비자 고통과 물가 문제의 해결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조치” 라고 말했다.
한편 6일 정부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 검토결과 발표를 앞두고 SK에너지에 이어 GS칼텍스도 유류 가격 인하 방침을 밝힌 바 있어 타 업종 확산여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