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잡기 위해 환율 하락 용인했나?
2011-04-05 16:00
-국제유가·금리 상승 등으로 장기적 하향세 전망 <br/>-연말까지 1050원 아래로 더 떨어질 것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며 하향행진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이 5일 깜짝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환율 하락세(원화 가치 증가)는 기준금리 상승, 외국인 자금 유입, 국제유가 상승 등 여러가지 변수가 상존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상승을 유도하거나 하락을 저지했던 정부 당국이 물가방어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인지 주목된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40원 오른 1088.00원으로 시작했다. 외국인 주식 배당에 따른 달러 매수세가 등장하면서 상승 흐름을 보인 것.
최근 원·달러 환율은 2008년 8월 이후 2년 7개월래 처음으로 1090원 밑으로 하락해왔다.
사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위해 고환율 정책(원화값 하락)을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특별한 개입이나 경고성 발언 없이 환율 하락을 용인했다는 자체가 눈길을 끈다.
물론 달러화 가치 하락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도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더 이상 수입가격의 상승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느 정도 성장을 포기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서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용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리비아 사태가 연합군의 공습과 카다피의 항전 등으로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대지진 여파까지 겹치면서 2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5%(1.62달러) 오른 112.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11일 113.21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고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잠깐 상승세를 보였지만 국제유가와 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장기적으로는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환율 하락이라는 방향성 보다는 하락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말까지 환율은 1050원 아래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기준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고 기업들도 환율하락의 방향성은 이미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 상승세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환율이 너무 빠르게 떨어지면 정부가 개입에 나설 여지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예상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 정부가 개입에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환율 하락은 원화값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호조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과연 정부가 환율 하락을 어느선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는 것.
안 연구위원은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고 원화를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개입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외국인 주식 매입이 주춤해지면 원화 강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등 여러 변수가 상존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