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재정위기에 정치공백까지…유럽위기 재부상

2011-03-24 11:54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포르투갈이 구제금융 신청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화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또다시 금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의회는 이날 집권 사회당이 제출한 재정긴축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아니발 카바코 실바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내각은 총사퇴했다.

소크라테스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포르투갈과 유럽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전날 야당이 위기를 촉발했다"며 "야당은 포르투갈이 자력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정부의 긴축안에 대해 거대 야당은 이미 경기침체 위험만 키울 수 있다며 반대해왔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주 긴축안의 리스크가 크다며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긴축안을 통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했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4.6%로 낮추고 내년에는 3%, 2013년에는 2%로 줄일 계획이었다.

◇'정치공백' 포르투갈 구제금융 협상력↓
유럽 외교가에서는 재정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하게 될 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포르투갈에서 정치공백이 발생한 데 대해 상당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소크라테스 총리가 총리대행 자격으로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한다지만 구제금융 논의 과정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U의 한 외교관은 "총리 대행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겠느냐"며 "구제금융 지원 조건인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길레스 모에크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도 "정치공백 상태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및 EU로부터 구제금융 지원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포르투갈이 당면한 위기를 차치하더라도,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그랜드바겐'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독일과 핀란드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구제금융펀드를 확충하는 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그랜드바겐에 대한 최종 합의가 적어도 수주간 미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르투갈발 위기 확산 채권·외환시장 들썩
시장에서는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이 임박했다고 보고 국채 수익률을 띄어올리고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번 사태로 포르투갈이 수일 안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10년 만기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4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올랐고,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8.19%까지 뛰며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차(스프레드)도 16bp 상승한 439bp로 벌어졌다.

시장의 우려는 이미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일랜드까지 미쳐 10년 만기 아일랜드 국채 수익률은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도 681bp로 24bp 확대됐다.

국채의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금융정보업체 CMA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1월 사상 최고치인 555bp에 근접한 544.5bp까지 치솟았고, 아일랜드의 CDS 역시 7주래 최고치인 622bp까지 급등했다.

주요 통화 대비 유로화 가치도 떨어져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 1.4196 달러에서 1.4088 달러까지 밀렸다.

찰스 디벨 로이즈TSB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포르투갈 국채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유로화 가치를 짓누르고, 긴축조치에 대한 저항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