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K7 전남 영암 서킷 달리다

2011-04-05 07:32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전문 드라이버가 K7을 운전하고 있는 모습. 이 곳에서 완성차 시승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기아차 제공)
(전남 영암=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지난해 10월 전 세계 레이싱 마니아를 열광케 했던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이 경기가 열렸던 전남 영암 서킷에서 새 심장을 달고 돌아온 기아차 K7이 달렸다. 이 곳에서 완성차 시승 행사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현대차 그랜저를 제치고 준대형 세단 시장의 왕좌에 오른 K7의 위상에 걸맞는 대우다.



지난해 준대형 내수 시장을 휩쓴 K7은 올 초 잠시나마 위기에 내몰렸다. 현대차가 1월 신형 직분사(GDi) 엔진(2.4/3.0)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5세대 그랜저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성능·연비 모두 동급 최강이었다. 하지만 위기도 잠시, 2월 기아차도 완전 동일한 성능의 신모델을 출시했다.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1.6㎏·m의 성능(3.0 모델 기준)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연비도 ℓ당 11.6㎞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다.

K7은 서킷 주행 동안 안정적이면서도 강한 성능을 보여줬다. 영암 서킷은 1.2㎞의 직선구간과 연속된 급커브, ‘U’자형 커브가 이어지는 5.615㎞ 코스로 이뤄져 있다. 직선 구간에서는 시속 200㎞까지 달렸고, 시속 60~80㎞를 유지한 채 급 코너링을 해도 적은 쏠림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순수히 차량 자체의 성능을 보기 위해 차체자세제어장치(VSM)는 끈 상태로 시승했다. 급코너링시 VSM의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소음도 미세하게나마 줄어든 느낌이다. 시승일 바람이 셌으나 고속 주행에 비해 소음은 낮았다. 신차란 점도 있지만 공회전 엔진음이 거의 없어 정차시 시동이 걸렸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승차감도 이전 모델보다 좀 더 부드러워졌다. 단단하고 스포티한 주행을 유지한 채 승차감을 약간 높인 것이다.

동승한 드라이버는 “완성차는 성능이냐, 승차감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K7은 성능을 유지한 채 승차감까지 확보하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다. 쏠림이 적다는 게 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성능 비교를 위해 렉서스 ES350도 번갈아 타 봤다. K7의 최대 경쟁자는 그랜저지만 사실상 한 회사인 두 차종의 판매가 동시에 늘기 위해서는 결국 수입 세단을 잡아야 한다.

ES350은 3.5ℓ 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5.3㎏·m의 힘을 낸다. 엔진 배기량이 높은 만큼 K7에 비해 직선 가속성능은 앞선다. 승차감도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다만 짧은 시승으로는 어느 게 더 좋다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2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더 많은 편의장치와 높은 연비(ES350은 9.8㎞/ℓ)를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 면에서 대등하다는 것은 상품성에서 K7이 다소 우위다.

실제 상품성 면에서 K7은 만만치 않다. 동급 그랜저에 비해 30만원 가량 저렴하다. 올 한해 그랜저의 독주를 지켜보고만은 있지 않을 태세다. 가격대가 비슷한 캠리(도요타), 어코드(혼다) 같은 일본 중형 세단 고객도 ‘수입차’라는 프리미엄만 빼면 절대적 우위에 있는 K7에 눈을 돌리고 있다. K7과 그랜저, 여기에 지난해 말 출시한 알페온(한국지엠)과 올 연말 출시하는 SM7(르노삼성)을 더하면 올 한해 3000만원대 준대형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