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없는 '통화정책'… 자금 단기화만 심화

2011-03-20 15:31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들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일본 강진 등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그 효과는 크게 제한된 모습이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오히려 하락하고 있으며 시중 유동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따른 시중자금 단기화 현상만 심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만 커진 상황이다.

◆ 기준금리 인상 '무용지물'

한은 금통위는 지난 10일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25bp 인상했다. 가파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장금리는 금통위의 기대와 반대 행보를 보이며 통화정책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금통위 전날인 지난 9일 3.83%였던 국고채(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난 직후 3.71%로 급락한 뒤 하락세를 유지한 채 18일 현재 3.65%까지 떨어졌다. 통화안정증권(364일물) 금리도 같은 기간 3.64%에서 3.57%로 7bp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 고조로 지난 1~2월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것이 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조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본의 대지진 피해와 방사능 낙진 우려 확대 △북아프리카·중동(MENA) 지역 정치 소요 사태 등 글로벌 악재도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제한했다.

기준금리-국고채 3년물 간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60~80bp 정도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던 2008년 말~2009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장기채 금리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며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다. 유동성 조절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시중 통화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광의유동성(L, 말잔)은 지난해 말 현재 2719조6285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193조2148억원 증가했다. L이 매년 200조원 안팎으로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통상적인 수준의 상승세다.

금통위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7월과 11월 2번에 걸쳐 인상하며 통화량 조절에 나섰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측면이 컸고, 일본 강진과 중동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채권에 돈이 몰렸다"며 "당국과 시장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며 이에 따른 시장금리의 조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중자금 단기화… 금융시장 변동성↑

금통위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 기대감 확대로 시중자금은 빠르게 단기화하고 있다.

국내 광의통화(M2)에서 협의통화(M1)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말(평잔) 현재 25.61%로 지난해 12월(25.29%)보다 0.3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7년 5월의 25.72%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

M1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은행의 요구불예금·저축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구성된다. 시중 유통자금 중 언제든 이동할 수 돈을 뜻한다.

M2는 M1에 정기 예적금과 부금·외화예금·금융채·실적배당형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것으로 통상적으로 6개월~1년 동안은 이동할 가능성이 낮은 자금이다.

M2 대비 M1 비중 확대는 대기성 자금이 늘었다는 의미로 이는 시장이 '금리 인상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비중은 지난해 7월 24.43%, 8월 24.24%, 9월 24.37%, 10월 24.26% 등으로 큰 변동이 없다가 11월 24.69%로 크게 오른 뒤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올렸을 당시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강한 물가상승세로 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예금자들은 만기도래 예금을 단기상품에 묶어 뒀다.

실제로 1월 M2는 1676조4488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4000억원 감소한 데 비해 M1은 3조7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증가한 단기자금이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 기회를 엿보다 한번에 몰릴 경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물가의 비용측면 압력이 높은 상황서 소비에 사용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더욱 오르게 된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투자수요 위축으로 자금 순환이 둔화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진 상황서 비용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