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값 급등에 금융시장 또 출렁

2011-03-17 19:07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엔화 가격 강세로 또 출렁였다.

코스피가 보합으로 거래를 끝냈지만 장중 고·저점 격차는 40포인트를 넘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최고로 뛰었다.

세계 각국 자산에 저금리로 투자됐던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영향으로 풀이됐다.

17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1.06포인트(0.05%) 오른 1959.03을 기록했다. 장중 1919.13까지 내리면서 변동폭은 41.96포인트에 달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50원 오른 1135.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달러 환율은 전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1995년 4월 이후 최저치인 76.52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될 전망이다.

함성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나설 수 있다"며 "이런 우려가 가시화될 경우 국내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계 자금 이탈은 신흥시장에서 전반적인 외국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도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펀드 자금이 증가한 데다 연기금도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 비해 증시 변동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증권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도 이날 증시에서 외국인이 매수세를 보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1195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도 1655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 지진 발생에도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은 다른 신흥시장보다 크지 않았다"며 "위기마다 외국인·연기금이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 수급상으로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수준"이라며 "일본 외환당국도 엔고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의사를 밝히고 있어 우려를 키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