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술품구입 기관장 맘대로..대법원 외교통상부 최다 보유

2011-03-17 15:28
김정의원 조달청 제출 미술품목록 조사결과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현재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미술품은 모두 1만6458점이며 작품 평가액은 552억 396만6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정무위)은 조달청이 제출한 미술품목록 조사결과, 43개 부처에서 총 16,458점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가량인 51.5%를 외교통상부(4,424점)와 대법원(4,060)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밖에 교육과학기술부가 1987점으로 3위를 기록했고, 그 뒤로 법무부(1,298점)와 대검찰청(1,002점), 대통령실(747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 상위 10위 그룹에 속한 부처에서 보유한 미술품은 모두 15,290점으로 전체의 92.9%를 차지하고 있어 뚜렷한 편중현상을 보였다.

보유 형태별로 살펴보면, 기증이 9291점(56.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구입은 5342점으로 32.5%를 차지하고 있다.

■ 대법원, 미술품 취득 총액 작품가액 1위

부처별 미술품 취득 총액은 대법원과 외교통상부가 63억5000만원과 60억28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했으며, 대검찰청과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대통령실이 그 뒤를 이었다.

작품 평가액 기준으로는 역시 대법원과 외교통상부가 각각 104억9200만원과 103억5600만 원으로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통령실, 문화체육부가 그 뒤를 이어 취득총액 대비 작품 평가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자체 구입한 미술품 역시 대법원과 외교통상부가 가장 많았으며, 특히 외교통상부는 보유한 미술품 4,424점 가운데 36%를 차지하는 1597점을 직접 구입하였다.

대통령실의 경우 747점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품가액도 53억9천여만 원에 달하는 등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반면, 국무총리실은 미술품 65점 보유에 취득총액 기준 41위, 작품가액 기준 18위 등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러 대조를 보였다.

한편,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의 경우, 작품가액 기준으로 각각 11위와 12위를 기록하는 등 타 부처 대비 상위권에 랭크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달청의 정부 부처 미술품 보유현황 리스트는 실제 부처별 보유 현황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고 금액 작품은 김종학 화가의 서양화

현재 43개 부처 가운데 가장 최고가의 작품은 김종학 화가의 서양화 작품으로 평가액은 10억원이다. 이 작품은 2007년 문화관광부가 작가로부터 직접 기증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사이버갤러리 등재 안 됨)

최고가의 작품을 보유한 상위 20개 부처 중에는 대법원(6점)과 교육과학기술부(4점), 외교통상부(3점), 문화관광부(2점)가 전체의 75%를 차지하여, 작품가액에서도 부처별 편중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편, 구입 미술품 가운데 가장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대법원에서 1995년 4억1천만 원에 구입한 엄태정 작가의 조각품 <법과 정의의 상>이었다.


특이한 점은 ‘기증’이나 ‘관리전환’된 작품에도 취득가격이 매겨져 있다는 점인데, 그 중 서울대 사무국에서 구입한 하동철 작가의 서양화 작품은 2억원에 ‘기증’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 감정 평가액은 5천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취득가격과 감정 평가액의 편차가 큰 작품은 그리 많지 않으나, 대부분의 작품이 감정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제 차액이 얼마나 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각 부처에서 취득한 상위 20위 작품 중 조각품이 85%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위 1%법으로 알려진 문화체육진흥법(제9조)의 미술장식 의무 사용 조항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의 미술품 구입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부처별 미술품 취득액은 2002년 2794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듬해인 2003년에는 1,763억으로 대폭 감소하였으며, 2006년 이후 점차 상승세를 보이다가 신정아 사건이 발생한 2007년 이후 다시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정부 미술품 구입은 취득 목적이나 분야별 취득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처별, 혹은 기관장의 선호나 취향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 미술품 관리규정은 조달청에서 만들어 각 부처에 하달하고 있으나, 구입 및 관리는 전적으로 각 부처의 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2000년 이후 구입한 103점의 작품 중 독일문화홍보원이 52점, 미국문화홍보원이 28점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식경제부에서 구입한 111점의 미술품은 100% 우정사업본부에서 구입한 것인데, 이중 85%인 95점이 경북(52점)/부산(12점)/서울체신청(31점) 등 세 곳에서 집중 구매한 것이다.

보다 큰 문제는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미술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 2월, 조달청은 고가 미술품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4천만 원 이상 미술품에 대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였으나 현재 규정대로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70%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5년 마다 한번씩 하도록 되어 있는 미술품 감정이나 손상된 미술품의 수복 비용이 부처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미술품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미술품을 온,습도조절 기능도 없는 창고에 보관하고 있어 심각한 훼손이 초래되고 있다. 

■ 전체 정부미술품의 절반이 ‘비품’ 수준

실제로 정부가 보유한 미술품 16,458점 가운데 48.3%인 7,948점은 작품가액이 5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만원 이하인 미술품도 394점이나 되며, 단돈 천원에 불과한 것도 50개에 이른다. 이 정도라면 미술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현재 조달청은 가격을 기준으로 한 등급분류에서 최하등급인 D등급의 기준 금액을 50만원으로 책정해두고 있다. 또한 사이버갤러리에 사진과 함께 등재하도록 한 기준 역시 작품가액 50만원 이상이다.

즉 ‘미술품’으로서 최소한의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평가액 50만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D등급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현재 정부가 보유한 미술품의 상당수가 화장실에나 걸릴 법한 ‘비품’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김 정 의원은 “국가 소유 미술품의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정부 미술품의 구입부터 보관, 수복, 감정평가 등을 일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미술품은 후손에게 물려줄 또 하나의 국유재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현재 각 부처에서 보유한 미술품의 종류와 작품가치 등을 평가하여 보존과 처분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정 의원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18일'사라지는 국가 미술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각계 전문가와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국가 미술품의 효과적인 관리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