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 漢字 감사보고서 어려워요"

2011-03-06 17:31

(아주경제 서진욱 기자)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감사보고서를 10년 넘도록 '한자(漢字)'로 제출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메스는 2010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4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조사·동사를 빼면 모두 한자로 적었다.

이런 사례는 올해 들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385개사 가운데 유일했다.

세메스 측은 애초 회사를 일본기업과 합자로 세운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일본 다이니폰스크린(DNS)·소에이통상(ST)은 1993년 100억원을 공동 출자해 세메스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일본기업 측 지분 21.75%를 모두 사들여 지분율을 85.62%로 높였다.

지분 매수로 합자 관계가 종료됐지만 세메스는 올해도 한자로 감사보고서를 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가 세메스처럼 일본기업과 합자로 1993년 세운 세크론은 설립 이후 꾸준히 한글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왔다.

세크로은 삼성전자·일본 토와사가 각각 50.63%와 22.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메스 주식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26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에는 상장설이 나오면서 한때 35만원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메스가 국내 장외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보고서를 한글로 작성해 투자자를 배려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메스는 2010 회계연도 매출 7620억원·영업이익 7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때보다 각각 141.52%·330.21% 늘었다. 순이익도 405.02% 증가한 124억원에 달했다.

A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작성에 사용할 문자는 기업에서 선택한다"며 "국내에 진출했던 옛 일본기업이 한자를 쓰기도 했지만 현재는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메스 관계자는 "애초 일본 자본과 함께 설립해 한자로 감사보고서를 냈었다"며 "합자 관계가 소멸됐지만 이번에도 기존 방식대로 작성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