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오일머니’ 전세계에 뿌렸다
2011-03-03 15:35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국제사회가 금융제재를 단행하며 리비아의 자금줄을 죄고 있는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그동안 원유를 팔아 번 ‘오일머니’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의 오일머니는 4대륙 35개국으로 뻗어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자 CNN머니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유엔이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 뒤 리비아는 600억 달러를 들여 국부펀드인 리비아투자청(LIA)를 설립했다.
리비아는 이를 통해 지난 수년동안 고급 부동산에서부터 영국의 출판사, 중동의 호텔과 이탈리아의 프로축구팀 유벤투스까지 다양한 곳에 자금을 투자해왔다. 심지어 아프리카에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LIA는 북미 지역에서는 특히 리스크가 낮은 단기 증권에 투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모하메르 라야스 LIA 청장은 지난해 1월 미국 간부들에게 “리비아는 미국에 320억 달러의 자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미 재무부가 동결한 미국내 리비아 자산과 엇비슷한 규모다.
또 미 파산법원 서류에 따르면 리비아는 2008년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에도 3억 달러 이상 투자한 바 있다.
리비아는 지난 2009년 캐나다의 베레넥스 에너지를 3억2000만 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는 유엔 제재가 해제된 후 리비아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들인 기업이다.
리비아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특히 지리적 근접성과 복잡하지 않은 세재 시스템 때문에 영국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출판사 펭귄을 소유한 명문 출판기업 피어슨의 지분을 3.3% 보유 중이다. LIA는 영국의 상업 부동산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비아는 LIA를 통해 유럽 전역의 정유업체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체 세곳을 포함해 3000여개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다고 라야스 청장이 2008년 밝힌 바 있다.
리비아는 과거 자국을 식민 지배했던 이탈리아에도 크게 투자했다. LIA는 이탈리아 석유업체 에니(Eni)의 지분을 매입했으며 프로축구팀 유벤투스 구단의 지분도 7.5%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도 리비아의 주요 투자처였다. 리비아는 우간다나 짐바브웨 등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들을 포함해 아프리카 전역에서 수십개의 중소 아프리카 통신업체 및 인프라업체에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카다피의 아프리카 투자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카다피는 오랫동안 ‘아프리카의 아버지’ 이미지를 구축시켜오고 싶어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