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삼남매, 경영능력 경쟁 ‘같이 출발하자’

2011-03-02 15:23
김재열 사장 승진으로 격 맞춰…신수종사업 성과 ‘관건’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장녀 이부진 남매와 더불어 이 회장의 둘째사위인 김재열 부사장이 제일모직 사장으로 승진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삼남매가 동일선상에서 새로운 경쟁과 협력을 꾀하게 된 것이다. 이들 로얄패밀리들은 삼성의 신수종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전망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에 단독 입후보한 김재열 부사장을 지난 1일자로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제계의 체육단체 회장은 사장급 이상이 맡아온 관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김재열 사장승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제일모직이 최근 의류업이 아닌 전자재료업을 주종으로 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의 본업인 의류업을 이서현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면, 김재열 사장은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신수종 사업으로 뜨고 있는 전자재료업의 성장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현재 반도체 패터잉소재와 아몰레드의 유기물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그룹의 핵인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통신기기에 사용되는 핵심소재이다.

시장에서는 김재열 사장이 제일모직의 신수종 사업인 전자재료업을 담당한 이후 패터잉소재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급성장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올해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20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계에서는 제일모직 신수종 사업의 퀀텀점프를 이끌어갈 김 사장의 경영능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앞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이부진 사장도 삼성의 신수종 사업에서 경영능력을 시험받게 됐다. 이는 최근 삼성이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선정한 바이오제약 사업의 로드맵을 밝히면서 구체화됐다.

지난달 23일 삼성은 미국 퀸타일즈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바이오제약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합작사에는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이 각각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에버랜드가 40%씩 지분투자에 할 계획이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 런칭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이 장남과 장녀에게 동시에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오제약 사업 확대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이 고문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으로 설명되면서 이부진 사장의 역할이 주목받았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바이오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향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볼 때 바이오제약 부문에서 이 기간 동안 이재용, 이부진 사장은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도 2년째 신사업 기획을 책임지면서 경영능력을 쌓고 있다.

임 전무는 지난 2009년 말부터 대표이사 직할 부서인 전략솔루션팀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략솔루션팀은 시장조사 제품동향 파악, 신사업 기획 발굴 기능에 역점을 두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