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M&A 논란, 금융권 총파업으로 번지나
2011-02-22 16:36
금융노조 파업 가능성 시사, 소비자 피해 등 우려
(아주경제 이재호 이수경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금융노조가 총파업 가능성을 시사해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해 금융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최종 승인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금융이 과도한 차입으로 무리하게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속히 처리하고 하나금융의 인수 승인 신청을 즉각 반려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18일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외환은행 지부와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이날 금융노조는 외환은행 사태와 관련 ‘어떤 형태의 총력 투쟁에도 연대하겠다’는 성명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가 총파업 의사를 밝힌 만큼 금융노조도 연대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오는 28일 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이달 중 1200명 가량의 무기계약 직원들이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후속 투쟁을 진행하겠다”며 “금융당국의 승인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지난 2005년 한미은행이 씨티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하며 파업을 실시한 후 6년 만에 은행권에서 파업이 재개되는 셈이다.
금융노조 차원의 파업은 2000년 이후 전무했다.
업계는 시장 신뢰 하락과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파업이 시작돼도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영업은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실적 악화는 물론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노조 파업 때도 고객들의 예금인출 등이 발생하면서 은행 측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다만 금융노조 총파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금융노조는 외환은행이 파업에 돌입하면 긴급 대표자 회의를 소집한 후 파업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다.
각 은행 지부 대표들이 모두 동의하면 문제가 없지만 동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낮은 차원의 협력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노조에서 결정해도 각 지부 노조에서 또 다시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해 파업 참여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노조 차원에서 파업을 결의할 경우 따라야 하지만 사측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노조는 전날 채택된 금융노조 기자회견문에도 서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