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확산 방지 노력, 효과 거둘까

2011-02-21 16:31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당국이 부산에서 시작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들이 21일 대거 부산을 방문했다. 지역 내 저축은행이 잇따라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들끓고 있는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날 금융당국은 예금자 보호를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하고, 저축은행과 거래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도 영업정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저축은행들이 다수 있어 당국이 내놓은 후속 대책이 시장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 ‘양치기’ 김석동, 시장 신뢰 회복할까

김 위원장은 이날 급하게 찾은 부산에서 “과도한 예금인출만 없다면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벌써 세번째다. 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과 지난 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금융위는 19일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인출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이 바닥나 어쩔 수 없이 추가적인 영업정지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맡긴 돈을 날리게 된 예금자들은 당국의 말바꾸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이번 혼란은 당국이 영업정지에 따른 예금인출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데 기인한 측면이 커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김 위원장이 취임 초부터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며 “문을 닫는 저축은행이 또 나올 경우 임기 내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성난 민심 달래기 주력

당국과 금융권은 예금자 및 거래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예금보험공사의 가지급금 지급 시기를 단축하고 예금담보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중소기업의 보증 만기를 연장하고 신규 보증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지원 자금의 상환 연장과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 매입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당국의 책임을 금융권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 보증을 업무를 맡고 있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과 기업 유동성 공급을 담당할 기업은행 및 정책금융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지역만 미소금융 한도를 2배로 늘려주는 등 지역 간의 형평성 논란까지 일 것으로 보인다.

◆ 뱅크런 전국 확산 가능성은

금융위는 105개 저축은행 중 94개는 재무건전성 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11개 저축은행 중 7개는 이미 영업정지를 당해 남은 곳은 새누리·도민·우리·예쓰저축은행 등이다.

당국과 업계는 이들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동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예금인출 규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과 내일 집계 현황을 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이들 저축은행이 대부부의 자구노력 의사가 분명하고 재무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안심시키고 있지만 해당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은 불안하다.

4곳 중 한 곳이라도 추가로 무너질 경우 뱅크런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업계는 이미 영업정지를 당한 지역을 제외한 춘천(도민)과 군산(예쓰) 지역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