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배우는 외국인 CEO,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2011-02-20 17:00
“딜러들과 직접 얘기하고 싶다” 13개월째 열공중

18일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렉서스 CT200h'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차량을 설명하고 있는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그는 소개 첫머리에서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를 구사하며 13개월 동안의 한국어 교육 성과를 과시했다. (사진= 한국토요타 제공)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외국인 CEO가 흔한 시대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외국인 CEO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모두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물론 도요타, 닛산,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자동차 회사는 모두 외국인 CEO다. 한국 대표를 둔 폴크스바겐, 혼다가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들 CEO의 한국어 실력은 대개 초보 수준에 그친다. 부임 4~5년차가 돼도 마찬가지다. 주말까지 이어지는 바쁜 일정에 배울 시간도 없고, 직원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덕분에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한국 문화를 알아야 한국에서의 사업이 더 잘 될 것이라고 믿는 학구적인 CEO들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월 한국토요타자동차로 부임한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한국지사 취임 13개월째를 맞은 그의 한국어 실력은 일취월장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18일) 이를 확인할 기회를 가졌다.

이날 최근 출시한 신차 시승행사 차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에서 오찬을 가진 나카바야시 사장은 인사말은 물론 대화의 10~20% 가량을 한국어로 진행하며 일취월장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며 한국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한국어 공부에 대해 묻자“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개인교습을 합니다. 좋은 선생님인데 (제가) 나쁜 학생이라 어렵습니다”라고 답했다. 질문과 답변 모두 한국어로 이뤄졌다. 대답은 겸손했지만 발음은 매우 정확했다.

그가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언어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관심사는 한국의 기업 문화는 물론 문화적인 측면에 걸쳐 다양하다.

한국 기업문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을 묻자 그는 “한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낼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있다”이라고 답했다.

주말 취미도 한국 드라마 감상이다. “최근에는 ‘내조의 여왕’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지금은 ‘추노’를 보고 있습니다”라며 최근 한국 인기 드라마 ‘계보’도 줄줄히 읊었다.

그는 원체 학구적이기도 하다. 그는 1987년 도요타 입사 후 줄곧 아태지역 해외사업부에 근무하며 영어는 물론 인도네시아어도 곧잘 구사한다. 일본어와 한국어를 포함하면 총 4개 국어다.

이 같은 한국 공부는 결국 도요타의 한국 시장 전략을 고민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앞서 이달 초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2~3년 내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를 합해 2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도요타의 당면 과제로 딜러십 확대를 꼽았다. 그는 “먼저 영업·서비스망을 늘려야 한다”며 “현재의 대형 딜러십을 기반으로 소규모 딜러십을 촘촘하게 늘려 고객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토요타는 올들어 렉서스 서울 강서, 일산, 천안 전시장을 연이어 오픈하는 한편, 지난 13일에는 서비스망 강화를 위한 ‘제 7회 렉서스 A/S 기술 경진대회’를 연 바 있다.

그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에 대해서도 “딜러들과 직접 얘기하고 싶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토요타는 물론 전국 딜러들에게도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전 세계적인 대량 리콜 사태 여파로 도요타 신화가 무너지던 지난해 초 부임, 1년여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여파는 한국 시장에도 미쳤다.

한국어, 한국 문화를 배우겠다는 그의 리더십이 올해는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또 연말에는 그의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더 늘어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