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편법상장 대안 '2차상장' 외면 우려

2011-02-16 16:46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한국거래소에서 외국기업 편법상장 대안으로 내놓은 2차상장이 높은 공모가 탓에 증권업계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거래소·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은 작년 12월 국내 주요 증권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외국기업에 대한 2차상장 주간을 적극 독려했다.

이런 영향으로 2007년 화풍방직 이후 전무했던 2차상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모가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차상장을 원하는 기업은 대개 원주를 유상증자한 다음 이를 대신할 DR 형태로 들어온다. 서로 같은 주식인 만큼 원주 값이 2차상장을 호재로 뛰면 공모가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돼 있던 중국고섬 주가는 작년 12월 15일 국내 2차상장을 위한 첫 증권신고서 제출시 현지에서 1주당 0.34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2차상장 소식이 알려진 직후 0.45 싱가포르달러까지 올랐다.

공모가가 5400원에서 7000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청약경쟁률은 0.46대 1에 그쳤다. 실권주 1501만주를 주간 증권사와 인수단이 떠안았다. 대표주간사 대우증권(830만주)과 공동주간사 한화증권(543만주)이 각각 581억원과 380억원어치를 받았다.

중국고섬 주가는 상장 이후 전날까지 공모가 대비 35% 이상 떨어졌다.

해외 거래소 유상증자 할인율 역시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할인율을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10% 이상 할인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30%까지 할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우증권이 썬마트홀딩스 2차상장을 연기한 것도 이런 영향으로 풀이됐다.

주간사인 대우증권이 10% 할인된 값을 제시한 데 대해 국내 기관투자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 유상증자 할인율에 대해 간섭할 수 없어 딱히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주요 증권사와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2차상장 주간계약을 맺은 국내 증권사는 주총을 열어 할인율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외국기업과 2차상장 주간계약을 맺은 국내 증권사는 대우증권·신영증권·KB투자증권 3개사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할인율이 20%인 신추안은 예정대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썬마트는 오는 3월 주총에서 할인율을 3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도 "컴바인윌홀딩스는 작년 말 주총에서 할인율을 15%로 확대했다"며 "2차상장 기업에 대한 악화된 분위기가 부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