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 윤증현의 첫 G20 행보
2011-02-16 15:00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16일 출국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로는 주무장관들간 첫 만남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파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전임 의장국 자격이 주어지는 스티어링그룹에 속한 우리에게는 신흥개도국과 선진국의 중재자라는 역할이 자천·타천으로 부여돼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 합의를 통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설정시기가 구체화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4% 이내로 경상수지 흑자를 묶자는 미국측의 가이드라인이 논의의 초점이다. 글로벌 임밸런스 심화를 우려하고 있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의 파상공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브라질 등 개도국들이 대치하는 국면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운명에 놓인 한국은 이들 중간에서 적절한 타협을 유도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져 있다.
윤 장관이 부담을 감수하고 또다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무역규모 1조 달러 시대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이미 지난달 수출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대로라면 150억 달러 안팎으로 예상돼 온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의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G20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경우 우리에게는 인위적으로 흑자규모를 줄여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우리나라는 G20 내 경상수지 선진흑자국으로 분류돼 신흥개도국에게 암묵적으로 주어져 온 일종의 재량권을 누릴 여지가 봉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단행한 3단계 자본유출입 규제안도 선진국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게 볼 여지가 있다. 최근 미국내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보고서가 나온터라 우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윤 장관의 리더십이 주목되는 이유다.
윤 장관은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아세안+3 컨퍼런스에서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체제(CMIM) 재원을 120억 달러에서 240억 달러로 2배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규모도 파격이지만, 그의 연설문 곳곳을 들여다 보면 다분히 선진국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깔려 있다.
지난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안원인등이 미국과 유럽에 기인하고 있다는 게 윤 장관의 판단이다. 이 컨퍼런스에서 역내 국가간 위기발발시 정책공조를 보다 굳건히 할 것을 강조한 대목에서는 IMF 외환위기로 겪어야 했던 아픔을 상기시켰다.
한편 이번 G20 재무회의에서는 경고등이 켜진 국제곡물수급상황에 대한 우려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쌀을 제외한 콩, 밀 등 곡물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최근의 곡물가 급등은 국내 물가고(高)와 맞물려 최대 현안이 돼 있다. 이래 저래 올해 들어 첫 G20 행보에 나서는 윤 장관의 마음이 심란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