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규제 놓고 스위스 여론 분분
스위스가 오는 13일 가정 내 총기 소유를 규제하는 내용의 발의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민투표에 부쳐질 안건은 군용 총기류를 가정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전국적인 총기 등록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비폭력 평화운동단체들이 발의했다.
총기류에 의한 높은 자살률을 낮추고 총기를 이용한 인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의사협회와 교회, 여성단체들은 총기 소유 규제안의 취지에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이 발의안이 영세중립국이면서도 시민에 의한 자주국방 체제를 유지해온 스위스의 전통을 약화시키고 지역별로 활성화된 사격동호회에 타격을 준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중순 여론조사 전문기관 GFS.베른이 유권자 12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기 규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 반대는 45%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스위스 의사협회는 총기 규제 강화 국민발의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자크 할러 스위스 의사협회장은 "(총기규제 강화는) 공중 보건 및 자살 방지에 관한 문제이며, 생명을 살리는 우리의 업무와 직결된 것"이라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죽음을 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자살방지단체 소속 엘사 쿠르츠는 "총기를 가까이 하지 않을수록 자살률은 내려간다는 것은 매우 간단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매년 국내에서 발생하는 1300건의 자살 사건 가운데 약 25%가 총기에 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