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뒤집어 보는 극단 코끼리 만보의 ‘맥베스’
2011-02-07 10:25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공동창작집단 극단 ‘코끼리 만보’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11일부터 27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 무대에 올린다.
2011년 팬들과 처음 만나는 극단 코끼리 만보의 맥베스는 ‘거꾸로 보기(reverse)’라는 콘셉트에 맞춰 삶과 죽음을 뒤집어 본다. 무대와 객석도 거꾸로 배치했다.
비극은 언제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비극에도 삶이 죽음만큼 중요한 주제다. 삶과 죽음은 뗄 수 없는 하나의 쌍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죽을 우리들, 우리는 인생의 무대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맥베스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질문은 중요하지만, 결코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이 맞이할 죽음의 형식을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끊임없는 죽음이 주요 사건을 이루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는 바로 죽음을 통해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텍스트이다.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택한 극단적인 죽음의 형식은 그들의 삶이 어떤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관객은 무대에 앉아 객석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바라본다. 배우의 공간인 무대에 관객이 앉게 됨으로써 관객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임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출을 맡은 이영석이 보여줄 새로운 맥베스는 어떤 모습일까?
이전의 작품 ‘우리 사이’ ‘어느 미국소의 일기’ 등에서 보여준 이영석의 작업은 연기 앙상블을 강하게 지향한다.
인물을 연주해 내는 배우의 호흡을 작품의 리듬으로 묶어내고, 인물과 인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밀도 높은 긴장을 관객에 대한 흡인력의 원천으로 삼으면서, 그는 극적 가상이 생생한 공연 현실이 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맥베스는 원작의 인물들을 압축해 11명의 캐릭터 속으로 녹여냈다.
이들 11명은 각자 자기 삶에 충실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충돌에는 늘 삶과 죽음이 담겨 있고, 이들의 선택에는 삶과 죽임이 교차한다.
설치극장 정미소는 맥베스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극단적인 세계이며, 이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연극 무대라고 생각한 셰익스피어의 사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는 공간으로 작용할 것이다. 문의 극단 코끼리만보 070-8116-7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