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이집트 사태 어떻게 되는 위험 직면
2011-01-31 13:53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설사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권좌를 계속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이집트 또는 중동 역내(域內) 자산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정치적 위험성이 한껏 고조된 상태가 몇 주, 몇 달, 혹은 극단적인 경우 몇 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무바라크가 물러난다고 해도 세계 시장은 여전히 바싹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가 갈수록 불안정해질 것이 분명한데다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세계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너지 공급국들, 즉 산유국들의 권위주의적 정권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주식시장은 지난주 이틀 사이에 16% 하락했다. 이집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도 일요일인 30일 문을 열도록 되어 있었으나(아랍권에서는 일요일이 휴일이 아니다) 여전히 닫혀 있었다. 이집트 파운드화는 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집트 사태는 중동지역을 넘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시의 S&P 500지수는 중동정세의 불안으로 인해 지난 28일 6개월 만에 최대 하루 낙폭을 보였다.
이집트는 오랜 세월 미국의 중동지역 핵심 동맹국으로 간주되어 왔다. 게다가 이 나라는 유럽을 드나드는 원유와 상품의 해상통로인 수에즈운하를 관리하고 있다.
만약 무바라크가 실각한다면 투자자들은 세계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역내 다른 정부들도 실각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런던의 컨설팅회사 AKE의 위험전문 컨설턴트 존 드레이크는 “이번 사태가 사우디 위험성이라는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사우디가 언젠가는 위기에 봉착하리라고 모든 사람들이 말해왔다”면서 “하지만 나로서는 알제리, 바레인, 레바논처럼 빈부격차가 큰 나라들이 오히려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사우디 왕가는 엄청난 돈을 풀어 사회적 격차를 줄이려 노력해 왔다.
중동에서 정치적 소요가 발생하면 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연료와 식품 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상태다. 특히 식품값은 일부 정부들이 추가 폭동을 막기 위해 사재기를 하면서 더 치솟았다.
연료와 식품값 앙등은 세계차원의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 유럽에서도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한 항의에 더해 생활비 상승에 대한 불만이 시민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