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전자투표 택한 상장사가 지배구조도 우수해요"
2011-01-30 15:16
(아주경제 이지현 기자)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는 상장사는 시ㆍ공간 제약 없이 주주총회를 열 수 있어요. 기업지배구조평가에서도 가산점을 받아 투자자에 더욱 큰 신뢰를 줄 수 있죠."
전자투표제도 도입 여부가 새로운 투자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이 제도를 활용하는 회사가 많지 않지만 조기 정착을 위해 금융당국ㆍ유관기관은 물론 정치권도 지원에 나섰다.
◆기업지배구조원 가산점 부여=한국예탁결제원(사장 이수화)은 30일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상장사에 대해 새해부터 한국거래소 출연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상장사 주주는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총 개최일 집중과 개최지 분산에 따른 제약을 해소해 기업은 물론 주주도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된다.
2009년 4월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듬해 4월 금융위원회 업무수행근거 승인을 거쳐 5월 법 시행에 들어갔다.
예탁결제원은 10억원을 투입해 전자투표시스템을 개발, 같은해 8월 업무를 개시했다.
◆정착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국회 정무위원회 조문환 의원(한나라당)은 작년 11월 주총에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회사에 한해 의결권대리행사(쉐도우보팅)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17명)했다.
쉐도우보팅은 시ㆍ공간적인 제약으로 소액주주 대부분이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는 데 따른 정족수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91년 말 도입됐다.
예탁결제원은 이를 근거로 주총 5일 전까지 참여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주식에 대해 상장사 요청을 받아 의결권을 대리행사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따른 소액주주 권리침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회사가 주총 참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으면서 소액주주 경시풍조도 심화됐다는 것이다.
◆유인 확대로 참여 늘려야=전자투표제도가 쉐도우보팅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도입 기업 확대를 위해서는 유인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장사 가운데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한 회사는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4개 선박투자회사뿐이다. 일반 상장사 가운데는 2개 대기업과 1개 금융기관, 2개 공기업만이 도입을 확정했거나 검토하는 수준이다.
예탁결제원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포스코 같은 유가증권시장 시총상위 기업부터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다면 제도 정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시총상위 기업은 대부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기존 주총 방식에 익숙해진 상장사가 새 제도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유인을 늘려가면서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먼저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