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건물이 뜬다 <중>] [르포] "자연과 친하긴 한데, 경제 효과 아직 미미"

2011-01-25 18:11
태양광·지열 등 자연에너지 공용부 전력 공급<br/>기술적 초기단계...설치비용 높고 상용화 덜 돼

25일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에 위치한 삼성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내 도로. 화단과 도로 옆에는 지난 주말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 있지만, '지열 도로 융설시스템' 덕분에 도로 위는 깨끗하다.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주위 자연경관도 좋고 조경이 잘 돼 있어서 늘 펜션에 사는 느낌이에요. 스파·헬스장 같은 커뮤니티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하지만 기술적 초기 단계라 그런지 상용화가 덜 된 부분도 있고, 아직까지 관리비 절감에는 큰 도움 안 돼요" (용인 동천동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아파트 주민 이은주 씨)

25일 오전 11시쯤 찾은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에 위치한 삼성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4개 블록으로 구성된 대단지가 광교산과 손곡천으로 둘러싸여 자연과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친환경 랜드마크로 부상을 꿈꾸는 아파트답게 곳곳에는 단지에 적용된 친환경 기술을 설명하는 게시판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지열로 대표된다. 태양광발전시스템으로 생산되는 연간 76MWh의 전력은 가로등이나 게시판 등 공용시설 조명에 쓰인다. 단지 내 도로 위 눈을 녹이는 데는 255RT 규모 지열시스템의 힘을 빌린다. 또 옥상 빗물 저장탱크에 저장된 2000톤 규모의 오수는 조경과 화장실 용수로 사용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기술은 단지 일부에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효과는 아직까지 크지 않다. 삼성물산 친환경 주거 브랜드 '그린 투모로우' 최기찬 관장은 "용인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경우 이용되는 지열과 태양광시스템이 단지 전체에 상용된 것이 아니라서 주민들의 관리비 절감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빗물 이용시설만 하더라도 3.3㎡당 1200만원 정도의 건축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생각하면 전체적으로 이 기술을 적용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산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남 목포 부흥산 기슭에 위치한 대우건설의 옥암 '푸르지오'도 자연친화적 아파트다. 단지에서 부흥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어른들의 산책로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된다. 단지 1층마다 정원이 만들어져 있어 1층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텃밭을 가꾸며,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전원주택'의 삶을 살고 있다.

국내 최초로 태양광발전시스템을 도입한 아파트 단지 답게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모듈 '솔라 판넬'이 아파트 전체 전력사용량의 약 5%를 만들어 낸다. 생산된 전기는 단지 내 복도·주차장의 조명과 승강기 등 공용전력으로 사용 된다.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대림산업 'e편한세상'도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시킨 친환경 단지다. 기존 스티로폼 보다 15% 정도 단열 성능이 우수한 신소재 단열재와 양면 로이(Low Emissivity) 삼중 유리를 사용해 열 손실을 차단했다. 또 태양광·풍력·지열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친환경 건축 연구센터 신성우 소장(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건축물에 적용된 친환경기술은 단열제를 이용해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패시브(passive) 시스템에 불과하다"며 "태양광이나 바람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액티브(active) 시스템을 상용해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오기까진 앞으로 10년 이상 걸린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