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외환보유액, 다다익선(多多益善)인가?

2011-01-26 16:49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915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달러 부족으로 금융기관들이 사경을 해맸던 사실을 돌이켜 보면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실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외환보유액을 늘릴 수는 없다. 다다익선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 경제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재연을 막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고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외환보유고의 유용성은 그리 크지 않다.

먼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충분한지 여부를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논리를 살펴보자. 경상수입액과 단기외채규모를 충당하고, 외국인 투자금액의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축적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해보면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은 약 4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적정 외환보유액 계산의 이면에는 중복계산으로 과대계상된 결과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입은 금융기관을 통한 무역신용장개설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경상수입액이 이미 단기외채규모에 포함돼 있다.

신흥국들의 적정 외환보유고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3개월간 수입대금을 충족하거나 또는 단기외채 전액을 커버하는 준칙을 적용하는 방식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편이다.

둘 중 하나의 기준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은 약 1500억 달러에 해당된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가능성을 감안한 예상 적립액은 1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따라서 보수적으로 계산한 외환보유고의 적정수준은 2500억 달러 내외다.

다음으로 지나친 외환보유액 축적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해 향후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입하는 행위가 외환보유고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물론 외화로 표시된 국채,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환자산을 확보할 수 있으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달러 매입이 주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의 달러 매입은 외환시장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미세조정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은 그 명분을 찾을 수 있겠지만 구조적인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무역수지 또는 민간 자본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게 돼 외화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넘쳐나는 경우가 구조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외환시장 개입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외환시장의 잦은 시장 개입은 환율의 조정기능을 왜곡해 외환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위기예방을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보다 금융시스템의 발달, 특히 외환시장의 발전이 더욱 시급하다.

단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의 비중은 최소화돼 있다. 자국의 통화가 국제화돼 있어 금리 또는 환율정책을 통해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반영할 때 외환보유액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현재의 외환 및 금융시스템을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스템을 개혁할 수 없어 외환보유고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외환보유액의 유용성은 지금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이 보다는 외환시스템의 선진화가 보다 중요하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