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 성장과 함께 커지는 짝퉁부품 시장

2011-01-18 18:00

(아주경제 김병용·이규진 기자) #회사원 김원재씨(37)는 얼마 전 운전 실수로 가벼운 충돌을 일으켜 앞 범퍼가 약간 찌그러지고 헤드램프가 손상됐다. 김씨는 평소에 이용하던 동호회 사이트를 통해 헤드램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싼타페를 복제한 중국산 짝퉁 자동차의 헤드램프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헤드램프를 3만5000원에 구입한 김씨는 정비소를 통해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불법으로 유통된 짝퉁 중국산 자동차 헤드램프가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산 산타페라 불리는 레인(Rein)의 헤드램프 및 테일램프가 대거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앞부분은 싼타페와, 뒷부분은 쏘렌토와 똑같이 복제한 차량으로, 출시되자마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제는 이 모델의 일부 부품이 시중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소뿐만 아니라 동호회나 옥션 등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고객이 자신의 차량에 맞는 부품을 주문 결제하면 택배로 배송이 된다.

현재 정비소 및 AS센터에서 권장하는 헤드램프의 소비자가격은 9만~11만원이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짝퉁 헤드램프는 개당 3만~3만5000원이다. 이처럼 눈에 띄게 드러나는 가격차이 때문에 고객은 짝퉁 부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고객한테 돌아가고 있다. 중국산 짝퉁 부품은 품질 및 안전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에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단가 기술이 낮은 중국산 짝퉁 제품은 질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잦은 고장사고를 초래한다는 것.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짝퉁 헤드램프는 광도나 밝기의 조절이 어려워 야간에 비추는 범위가 좁거나 상대편에게 심한 눈부심을 안겨줄 수 있다"며 "외부 온도나 강도에 약해 작은 충격에도 심한 손상을 입으므로 순정보다 자주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中 최대 생산국 ‘오명’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했던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생겼다. 중국 현지 부품사 부스에 들어가 "현대·기아차의 엔진과 미션을 구하고 있는데 제작이 가능한가"라고 넌지시 묻자 안내하던 직원이 "물론 만들어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부품 전문가들은 "예전엔 짝퉁 부품 제조업체들이 필터 같은 간단한 소모성 제품만 만들었는데, 이젠 핵심부품까지 손을 대 못만드는 부품이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중국 짱수성(江蘇省) 상주시에 있는 짝퉁 부품 생산공장을 공안들과 단속하러 갔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들은 건평 661㎡(200여평)이 넘는 공장 규모와 최신식 생산설비에 한 번 놀랐고, 만들어진 짝퉁 제품을 정품으로 속이기 위해 정밀하게 위조된 포장재와 라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날 압수한 부품은 현대·기아차의 범퍼, 미러, 에어백 등이었으며 2.5t 트럭 24대(약 20억원) 분량이었다.

국내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짝퉁 부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완성차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부품산업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정부의 '완성차 중시, 부품 홀대' 정책으로 인해 부품업계는 영세, 분산, 소규모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의 영세 부품업체들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의식이 미성숙한 중국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해외 유명 자동차사 및 부품사의 부품을 위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로 수출되는 중국산 짝퉁 부품

특히 짝퉁 부품은 중국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동지역으로 광범위하게 수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시장관리팀 직원들은 지난해 4월 아랍에미리트(UAE) 경찰과 짝퉁 부품 수출업체 한 곳을 단속, 약 1만7000여점의 모조부품을 압수했다.

이 업체는 중국인과 이라크인이 UAE에서 설립한 업체로,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부품을 수입해 현대·기아차 순정품 포장으로 변조한 후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라크 등 인근 중동국가로 수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2월 인도 델리에서 가장 큰 자동차부품 시장이 위치한 카슈미르 게이트(Kashmere Gate)에서 현대모비스의 제보를 받은 경찰이 상표 침해 부품을 압수한 바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짝퉁 부품의 해외 유통은 중국 제조업체에서 직접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국내로 1차 수입된 후 재포장작업을 통해 원산지를 한국으로 바꾸는 국적 세탁을 거친 후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 기준 560억원 상당의 부품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돼 이 중 80% 이상이 해외로 재수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