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시내 전세체험 극과 극'.. 2천만원과 24억원의 차이

2011-01-13 17:28
다가구 지하방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풀풀'<br/>반면 아파트 여러채값 호가하는 전셋집도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다가구주택. 이 주택은 지난 1985년 지어져 낡았지만 서울에서 200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셋집(방1,주방,화장실) 이다.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서울지역 곳곳이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민들은 쉼 없이 오르는 전셋값에 살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 수 밖에 없다.

이에 우리시대 전세난을 극명히 보여주는 서울에서 가장 싼 전셋집과 반대로 아파트 여러채값을 호가하는 초호화 전셋집을 찾아 비교해 봤다.

13일 오후 1시 쯤 찾아간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한 다가구주택.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계단을 10개 정도 내려가니 방 2개, 화장실, 부엌 겸 거실로 이루어진 집이 나왔다.

밖으로 난 창문이 두 개 있지만 지하층인 탓에 대낮에도 안은 어두컴컴했다. 바닥에서 올라온 습기 때문인지 군데군데 곰팡이 자국도 눈에 띄었다.


전용면적이 36.36㎡인 이 집은 서울에서 2000만원으로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셋집이다. 지난 1985년에 지어져 현재 총 6가구가 살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고, 주택 밀집 지역이라 인근에 식료품 가게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편이어서 생활하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인근에 들어오는 도시형생활주택 때문에 주인이 빨리 처분하려고 싸게 내놓은 것”이라며 “요새는 전세 물건이 없어서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이 정도 가격으로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집계한 서울지역의 평균 전세가는 3.3㎡당 745만원으로 조사됐다. 그 중 구로구가 3.3㎡당 572만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전셋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는 3.3㎡당 1163만원으로 구로구보다 2배 정도 비쌌다.

특히 대형평수가 많은 도곡동은 3.3㎡당 1369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전셋집도 이 지역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1차 펜트하우스다. 전용면적 301.46㎡형의 이 펜트하우스는 전세가만 24억원에 달한다. 3.3㎡당 가격도 1936만원으로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높은 강남구 평균 전세가(3.3㎡당 1369만원)보다 567만원 높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지역 학군이 좋고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 다른 곳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의사나 CEO들한테서 주로 문의가 온다”며 “매물도 별로 없고 특별히 전셋값이 내릴 일도 없어서 5~6년 전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 박원갑 소장은 "전세는 교육시설이나 각종 편의시설 등 주거환경이나 커뮤니티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주택이 새 집이냐 헌 집이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져 현재 책정된 전셋값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