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영화 관람료에 숨은 깊은 뜻

2011-01-26 15:05

김재범 기자.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내 돈 내고 영화 볼 기회가 흔치 않은 영화 담당 기자라 영화 관람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영화 ‘트론:새로운 시작’을 지인들과 볼 기회가 있었다.

요즘엔 다양한 할인 혜택으로 일반 관객들도 제값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싸봐야 1만 원 정도겠지”란 생각에 지갑을 열었다. 기자의 이 같은 생각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데는 불과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관람료가 1인당 무려 1만6000원이나 됐다.

현재 여러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의 관람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 2D 영화는 8000~9000원, 3D는 1만3000원, 3D IMAX는 1만6000원이다. 3인 가족이 주말 극장 나들이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관람과 간단한 음료 정도를 사먹는다면 6~7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체 왜 이렇게 관람료가 비쌀까.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3D 열풍이 원인이다. 3D 영화 제작에 따른 높아진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가 관람료 상승을 주도했다는 말이다.

국내 한 극장 관계자는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최근 3D 영화가 홍수처럼 밀려 나오면서 해외 영화사들이 2D 버전 판매를 꺼린다”라며 “2D보다 높은 3D 수입과 그에 따른 수입 정산 문제로 관람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같은 영화라도 2D가 아닌 3D 버전을 구매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도 있다고 귀띔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에 ‘나탈리’에 이어 올해 3D 영화가 본격적으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로 시작된 영상 기술에 국내 영화계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기술의 발달과 높아진 문화 트렌드를 충족시키기 위한 품질 개선의 노력이 관객들의 주머니를 노린 ‘일종의 상술’이었단 뜻이다. 사기를 당해도 된통 당한 기분이다.

kimjb517@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