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떤 나라인가?] ④ 13억의 중국, 실상과 허상

2011-01-10 08:32
공룡인가 종이 호랑이인가

“중국이 코끼리라면 우리는 벌레와 같은 처지인데 벌레가 괜히 코끼리를 잘못 건드렸다가 큰 낭패를 보는게 아닐까.”

“우리가 아무리 작은 벌레일지라도 한 방에 독침으로 심장을 찌르는 데야 덩치 큰 코끼리인들 어쩔 수 있겠어?”

일제 침략시대를 배경으로 한 리렌제(李連杰) 주연의 한 홍콩 무협 영화속에서 일본군의 중국 대륙 침략을 놓고 중국에 나와있는 일본 민간인 주재원들이 주고 받는 대화내용의 한토막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서방 세계에 참으로 다양한 형상으로 비춰져 왔다. 나폴레옹에 의해 잠자는 사자로 불려지기도 했다가 청나라가 무너진 뒤의 혼란기와 아편전쟁을 겪을 무렵에는 아시아의 병부(病夫 환자)라는 치욕스런 별명을 얻기도 했다. 중국을 ‘공룡’이라며 두려워하는 부류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중국을 종이 호랑이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중국인들은 서양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중국은 공룡도 아니고 종이 호랑이는 더더욱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공룡 처럼 몸집만 큰 게 아니다. 중국은 역동성이 넘쳐나고 사회변화도 숨가쁠 정도로 빠르다. 세상에 이런 공룡도 있나” 중국의 한 지인은 서양인들이 말하는 ‘공룡 중국’에 대해 이렇듯 단호하게 말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13억 승제(乘除)’ 발언을 통해 규모의 오류를 지적한 바 있다. “13억을 곱할 때와 13억으로 나눌 때가 엄청나 차이가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원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당시 이 말은 서방세계의 중국 위협론과 공한증(恐漢症) 정서를 견제하는 말로 풀이됐다.

하지만 서방 세계는 거대중국에 대해 두려움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아무리 부인해도 공룡처럼 가공할 이미지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고도 성장이 지속되면서 1000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GDP가 몇 년 새 4000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10여개가 넘는 대도시의 1인당 GDP는 이미 1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구매력을 감안할 때 이들 도시의 개인 소득은 왠만한 중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9%가 넘는 성장 질주를 이어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10년 10월 열린 17기 5중전회에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했다. 종전의 경제성장 목표 ‘8%(바오바 保8)’를 폐기하고 7%를 적정선으로 하는 새 성장목표를 제시했다. 선부론(先富論 일부가 먼저 부자가되는 것)에서 평등과 분배를 앞세우는 공부론(共富論 함께 잘 사는 것)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국가 통계국의 한 분석가는 중국이 신중국 설립 100주년인 2049년에 가면 1 인당 GDP 2만 5000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가 전체 GDP에서도 오는 2020년께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세는 중국을 젯수도 크지만 피젯수도 큰 나라로 만들었다. 외환보유액이나 무역액, 자동차및 철강 생산량 소비 등의 수치와 규모가 워낙 크고 방대하기 때문에 곱하면 물론이고 나눠도 그 수치는 결코 작은게 아니다. 아무리 제하고 덜어내도 중국은 여전히 방대하고 위협적이다.

2010년 초 워싱턴포스트는 흥미 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상당수 미국인 설문 응답자들이 20세기가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21세기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누가 쥘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이라는 대답이 41%로 미국(40%)을 앞질렀다. 10년전 똑 같은 질문에서는 65%가 미국을 주도국으로 꼽았다.

‘사회주의 중국’에 증시라는 자본시장이 처음 생겨난 지난 1991년만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전과 상하이 등 중국 증시는 지금 세계 금융시장에서 뉴욕 증시 만큼이나 중요한 경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

중국은 관점에 따라 공룡일수도, 아니면 종이 호랑이일 수도 있다. 중국과 중국인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서구사회가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상관없이 중국은 지금 공룡처럼 몸집만 큰 대국이 아니라 강대한 슈퍼파워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