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역내 경제통합의 의미와 중요성 / 기획재정부 주형환 대외경제국장

2011-01-09 17:01
<제2부 2회> 세계를 품는 국가전략 세우자

2010년은 우리나라가 대외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한 해였다.

신흥국으로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으며 페루, 유럽연합(EU)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고 정식서명 이후 3년 5개월을 끌어온 미국과의 FTA 추가협의도 마무리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향상시키고 국제사회 리더십을 제고하였음은 물론, 우리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충하고 경제·산업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는 2010년 우리나라가 기록한 6%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과 417억 달러의 사상최대의 무역흑자라는 수치 이상으로 우리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어려운 세계경제 여건을 잘 헤쳐 나왔다고 할 수 있지만, 2011년 우리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제회복이 더디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한 자본이동의 변동성 확대 및 국제원자재가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중국 등의 긴축 움직임 등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80%를 웃도는 높은 무역의존도를 가진 우리나라는 대외여건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발전 등 내수 확대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의 내수시장 규모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러한 우리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자유무역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자유무역을 통해 우리경제의 외연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부족한 국내수요를 보완하는 동시에, 일부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오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급성장하면서 서로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경제통합의 제도적 틀이 미흡한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주로 의존해 왔던 미국, EU 등 선진국의 내수시장 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아시아 등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는 신흥국의 소비시장으로서 중요성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아시아는 풍부한 생산가능인구와 지속적인 자본유입을 토대로 세계경제의 무역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배, 3배로 확대되어 왔으며 일부 전문가는 2030년경 세계경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중국은 지난 30년간 약 10%의 성장을 지속하였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2년마다 한국경제 규모만큼 GDP가 증가하고 7년마다 경제규모가 2배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시장으로서 측면뿐만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도 아시아 역내 경제통합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하게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FTA 등을 통한 역내 경제통합 진전은 우리기업들이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또한 미국, EU 등 거대경제권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들도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아시아 역내 경제통합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결속은 유럽(EU), 미주(NAFTA, MERCOSUR), 아프리카(SACU)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중국, 일본과의 FTA는 우리 경제에 미국, EU와 FTA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도 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은 ASEAN과의 FTA에 이어 대만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였으며 그동안 자유무역 흐름에 뒤처졌던 일본의 경우에도 2011년 EU, 호주는 물론 우리나라와 FTA 교섭을 본격화하고 나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관계국과 협의하겠다며 연초부터 자유무역 추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 경제통합은 이미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기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한·중 FTA 등 역내 경제통합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중에는 이러한 심층연구 결과와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인 정부간 사전협의 추이 등을 감안하여 한·중 FTA 협상개시 여부와 시기를 판단하고, 농산물 시장개방 및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일본측 입장변화 여부 등을 감안하여 한·일 FTA 재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나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경우에도 2011년 중 경제적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참여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 역내 경제통합이 중국 등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경제를 우리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산업별 영향 등에 대한 심층연구를 바탕으로 긍정적 영향은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역내 경제통합이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가 리더십을 적극 발휘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개별 경제주체들의 철저한 준비와 함께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공감대가 그 토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 주형환 대외경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