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세상을 삼키는 중국 시장

2011-01-07 14:32

중국의 국부(國富)가 날로 증대하면서 세계 시장의 판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12·5계획 기간에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목표로 ‘민부(民富) 키우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14억 인구의 규모의 경제가 더욱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의 공장’정도로 불리던 중국은 어느덧 ‘세상을 삼키는 블랙홀’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에게 길을 묻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자동차 시장 2년 연속 세계 1위 … 금년엔 2000만대 넘을 듯

잠정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 생산과 판매량에서 모두 목표치를 넘어서며 1천8백만 대를 돌파했다.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에 미국을 젖히고 세계 1위에 등극한 이후 차이를 더 크게 벌렸다. 2001년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4.3%에 불과했던 것이 2007년에 이미 12.2%로 커졌으며, 금융 위기 이후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내수 확대 정책에 힘입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12·5계획 기간 중에 중국은 재정 지원을 통해 신에너지 차량의 보급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낡은 차량도 대폭 교체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고성장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5% 수준인 완성차 수입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표1 중국의 자동차 시장 성장 추이)

◆명품 시장의 단골 손님 된 중국 부자들

장쑤(江蘇)성은 지난해 1인당 GDP가 미화 7천 달러를 돌파해 광둥(廣東)성을 젖히고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일부 지역은 1만5천 달러에 달했으며 심지어 홍콩과 비슷한 3만 달러에 육박한 도시도 있었다. 중국의 1인당 GDP도 지난해 이미 4천 달러(잠정집계)를 넘어섰다.

중국은 지니 계수가 0.5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소득격차가 심각한수준이다. 지난해 왕샤오루(王小魯: 중국개혁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 박사는 회색 (灰色)수입이 5조4천억 위안에 이른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국부가 증가하는데도 소득격차가 커졌다는 말은 부가 일부에 편중된다는 뜻이다. 중국에 2억 명이 넘는 부자들이 있다는 주장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세계 주요 공항마다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난다.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국인 고객은 ‘귀빈’으로 대접받는다. 이들의 ‘싹쓸이’식 쇼핑은 과거 한국인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보면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제 이들은 세계의 그림 시장과 골동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해외 부동산도 좋은 투자거리이다. (표2 중국인 1인당 GDP 성장 추이)

◆자원 빈국 중국의 식탐에 세계가 긴장

중국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원 빈국에 속한다. 특히 석유 자원은 자급률이 45%에 불과하다. 철광석 등 광물 자원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10%에 육박하는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자원 수입이 불가피하다.

세계 도처에서 우리나라와도 ‘자원 쟁탈전’을 벌이기 일쑤다. 외교력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중국은 특히 2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자원이 풍부하고 경제가 낙후한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열중한다. 식량 자급률이 높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표3 중국의 수출입 성장 추이)

◆해외 투자와 M&A 시장에서도 ‘중국 눈치’

내수 시장 확대와 더불어 중국은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섰다. ‘저우추취(走出去)’라는 이름으로 매년 엄청난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특히 규모와 자금력을 자랑하는 국유기업들이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엎고 투자에 앞장선다. 중국투자공사(CIC)가 작년에 해외에 신규 투자한 자금만해도 58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제2의 투자공사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에 직전 국자위(國有資産監督管理委員會) 주임이었던 리룽룽(李榮融)을 선임했다. 해외 투자와 M&A시장에서도 이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베이징 = 이필주 특파원)